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latte Apr 15. 2022

나에게 언어치료란?

언어치료사는 누구인가요

또래보다 말이 늦는 아이들, 자신의 의사를 울음으로만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의사소통 방법을 지도하는 선생님. 언어 치료실에서 만나는 치료사와 아이들이다.


조금 강하게 말하면.

말이 늦은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말 엄마의 말을 다 알아듣고 상황도 이해하는데 발화만 늦는 경우라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치료사 아닌 타인이 보기에도..  곧 말이 터질 것이라는 것을.


슬프지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시간 정도 놀이하는 모습만 관찰해도 뭔가 발달이 늦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놀이와 인지 수준에 따라 언어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엄마는 굳게 믿고 있다.

"단순하게 말이 좀 느려요, 다른 것은 다 할 줄 알고 하고 싶을 때는 자기가 해요"

이렇게 진단을 다 내려서 치료실을 방문하신다면

"어머님께서 믿으신다면 치료 안 하셔도 돼요, 가정에서 말 걸면서 기다려주세요" 하고 답한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 알고 있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조잘조잘 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어 치료를 시작한다. 수업을 시작하면 부족한 부분이 좀 더 자세히 보인다. 컨디션에 따라 잠재력 차이가 큰 아이들, 발달 검사 결과보다 훨씬 잘하는 아이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기쁜 마음으로 빨리 종결하겠다고 말씀드린다. 


물론 아닌 경우는...

보호자 말씀으로는 색도 알고 기본 도형도 알고 장난감도 다 찾아오고.. 단지 말만 안 한다고 하시는데...

그럼 따라하기 해 볼까? 아무리 빨간색이라고 말해도 반응이 없는 아이, 아니 색 자체에 대한 인지가 안되어 있는데... 아니 색 구분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아이가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보다 반대의 부분에 대한 전달부터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짧은 상담시간이 야속하다. 밝은 표정으로 놀이하는 아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에 대한 양육 칭찬보다

"이거 몰라요", "이것도 해야 해요" 잔소리를 하고 있는 내 모습. 나도 엄마다. 정말 듣기 싫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할 일은 이 아이가 얼른 말을 하고 치료 종결을 하는 것이다.

물론 마법사가 아닌 이상, 갑자기 언어치료를 한다고 말이 시작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치료사는 발달의 원인을 파악하고 마음을 읽어주는 일, 아이의 표현 의도를 높이는 일이다. 카드만 들고 따라 말하라고, 주세요만 무한 반복하는 것이 치료사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의 전체 발달 상황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가진 치료사가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말이 빠르다고 다 괜찮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떤 이에게는 생소한 직업, 어떤 이에게는 아무 필요도 없는 직업, 또 어떤 이에게는 정말 절실한 직업이다.

인지 발달이 필요하면 개념을 알려주고, 놀아줄 상대가 없었다면 신나게 놀아 줄 수 있고, 학교에서 한글을 모른다면 글자도 쉽게 알려줘야 하고 누구도 이해 할 수 없는 표현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


나에게는 정말 마법 같은 직업이다.





작가의 이전글 언제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