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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단법인 넥슨재단 Jan 31. 2024

하이파이브 챌린지4:
학교에 점자 안내판이 왜 필요해?

Constructive 상상을 현실로 이끄는 변화의 가치

‘하이파이브 챌린지'는 프로그래밍의 기반이 되는 컴퓨팅 사고력 함양을 위한 코딩 교육 프로젝트로 2020년부터 넥슨재단과 초등컴퓨팅교사협회(ATC)가 함께 국내 초, 중, 특수학교 등 공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22년부터는 전국의 어린이들이 지역의 격차 없이 코딩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전남, 제주, 인천 등 지역 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전국의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하이파이브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1,460 학급 81,504명이 하이파이브 챌린지에 참여했으며 이를 위해 넥슨재단은 총 2천만 개의 브릭을 지원했다.


Expressive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나타내는 표현의 가치

Cooperative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로 모아가는 상생의 가치

Creative 창조적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꿈의 가치

Constructive 구조적인 생각으로 상상을 현실로 이끄는 변화의 가치

Imaginative 풍부한 상상력으로 영감을 주는 예술의 가치


하이파이브 챌린지는 위 다섯 가지 가치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참여 학생 약 400명 대상으로 5가지 역량의 변화를 통한 효과성을 측정한 결과, 전체적으로 평균 4.5% 역량이 높아졌으며 특히 자신의 생각을 구체물로 표현하는 구성 능력(Constructive)이 9.8% 향상되었다. 하이파이브 챌린지를 통해 구성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 방법을 구성하는 컴퓨팅 사고력 함양에도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교 교실에 찾아간 ‘하이파이브 챌린지’는 어떤 방식으로 어린이들과 만나며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고 있을까? 그 과정에서 브릭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인천시 교육청 선생님들이 소개하는 2023 하이파이브 챌린지 과정과 학생들의 브릭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린이들이 상상하고, 상상한 것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며, 그 상상을 현실로 이끌며, 함께 생각을 모아가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중 몇 가지 인상적인 사례를 하이파이브 챌린지 다섯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하이파이브 챌린지 네 번째 가치

Constructive 구조적인 생각으로 상상을 현실로 이끄는 변화의 가치


방학 동안 부곡초등학교에 장애인 편의시설 공사가 진행되었다. 휠체어가 드나들기 쉽도록 출입구에 높이차를 없앴고, 변기 옆에는 손잡이가 설치되었다. 교실 문 앞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도 생겼다. 개학 후 등교한 학생들은 학교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고 흥미로워했다. 대부분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일부 학생은 학교에 신체 장애인이 없는데 왜 이런 시설을 설치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하기도 했다.


임해민 선생님은 하이파이브 챌린지 주제를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로 정하고, 학생들과 함께 학교 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험을 통해 느끼고 깊이 생각할 수 있게 안내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하게 된 학생들은 반 친구들과 함께 브릭으로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터를 만들어보았다. 공포에 약한 사람을 위한 놀이 기구,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는 놀이 기구, 여름과 겨울이 만나는 놀이공원 등 어린이부터 노인, 외국인, 장애인, 임산부 등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구를 만들며, 학생들은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 지 사용자 입장에서 한번 더 고민했고,머리와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교실 앞 점자 안내판의 점자가 ‘교실’이라고만
표시되어 있다는 걸 알고 개선 의견을 냈다.


하이파이브 챌린지가 끝난 후, 학생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임해민 선생님은 교실에서 생긴 놀라운 변화를 들려주었다. 학생들은 교실 앞 점자 안내판의 점자가 ‘교실’이라고만 표시되어 있다는 걸 알고 몇 학년 몇 반인 지까지 표시해 주면 좋겠다는 개선 의견을 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브릭을 활용해서 점자로 숫자를 표시하는 연습을 해본 뒤 반구 모양의 스티커로 교실 앞 점자 안내판에 학년과 반을 직접 표시해 붙였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특수학급 선생님께 자문을 구하고 점자 번역 사이트까지 찾아보기도 했단다.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넘어 주체적으로 공공디자인을 실천한 학생들의 모습이 큰 감동을 준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 더 넓은 세상으로 학생들을 안내하고 변화를 이끈 임해민 선생님에게 브릭과 책 읽기, 하이파이브 챌린지 이후 학생들의 변화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부곡초등학교 임해민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이라는 주제를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방학 동안 학교에 장애인 편의시설 공사가 있었습니다. 출입구에 높이차가 없어졌고, 화장실 변기 옆에 손잡이가 설치되었어요. 교실 문 앞에는 점자 안내판도 새로 생겼습니다. 이런 변화를 아이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학교에 달라진 점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우리 학교에는 신체장애인이 없는데 왜 이런 것을 설치하느냐? 차라리 우리 교실 책상을 새로 바꿔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왜 공사가 필요했는지 아이들과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의 가족이 신체장애인이면 학교에 방문할 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공사 이전에 신체장애가 있는 학생이 우리 학교에 전학을 왔다면 그 학생은 큰 불편을 겪었을 거라고 이야기 나누었어요. 만약 내가 다리를 다치거나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할 때도 공사 이후에는 더 편하게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직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기 때문에 학생이 경험을 통해 느끼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공공디자인의 한 부분이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공공디자인이라는 주제를 뻗어나가면 학생들의 세상이 더 넓어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나를 위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된다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를 신조로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 학급 프로젝트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브릭 활동을 책 읽기에 활용하셨어요. 어떤 결과가 있었나요?

학급에 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을 지루해하고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아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독후감까지 써야 한다면 책 읽기가 더 싫어지지요. 하이파이브 챌린지를 진행하며 책은 우리에게 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는 지도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경치를 보려면 우선 지도를 잘 봐서 길을 잃지 말고 여행지에 잘 도착해야 한다고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공공디자인과 관련해서 브릭으로 내 생각을 잘 표현하려면 먼저 책을 깊이 읽고 상상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또 한정된 브릭 조각으로 협동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이 놀이와 비슷합니다. 협동 창작물을 만들려면 친구들과 규칙을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의견을 협동 창작물에 더 반영하려면 친구와의 경쟁을 통해 한정된 브릭 조각을 획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놀이는 책을 잘 읽은 학생에게 유리합니다. 마치 책을 잘 읽었다는 것은 게임에서 강한 아이템을 얻은 것과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실제로 아이들도 하이파이브 챌린지 소감을 발표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힘들었지만, 책을 읽어서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공원을 상상하고 브릭으로 만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공원 만들기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놀이공원을 만들기 위한 테마를 먼저 결정하고 테마에 맞는 놀이기구와 장식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로 ‘동화 나라’ 놀이공원을 디자인한 모둠은 동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놀이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일곱 난쟁이가 타는 급강하 수레와 신데렐라가 타는 로맨틱 회전목마, 잠자는 숲 속에 공주를 구하기 위해 유령을 물리쳐야 하는 놀이기구를 제작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공포와 긴장감을 느끼는 단계를 조절하고, 놀이기구 탑승 전에 심약자를 위한 주의사항을 안내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두 번째로 ‘숲 속 이야기’ 놀이공원을 디자인한 모둠은 지구의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자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멸종 위기를 겪고 있는 동식물을 형상화한 놀이기구를 통해 인간의 즐거움과 자연보호가 공존하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원시 밀림으로 가꾼 숲에서 즐길 수 있는 친환경 전기 범퍼카를 만들어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세 번째는 ‘크리스마스’ 놀이공원을 디자인한 모둠은 산타의 모험이나 루돌프의 탐험 같은 놀이기구와 크리스마스 선물, 트리 장식물이 있는 놀이공원을 제작했습니다. 북반구에서 만날 수 있는 겨울 크리스마스와 남반구에서 만나는 여름 크리스마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이라는 주제로 하이파이브 챌린지 학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학생들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완성된 결과물을 보았을 때,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외국인, 장애인, 임산부 같이 다양한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가 포함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이파이브 챌린지를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교실 앞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이 새로 생겼는데, 모든 교실 앞에 ‘교실’이라고만 점자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매년 학년이나 반이 바뀔 수 있기에 그렇게 안내판을 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 하이파이브 챌린지를 하면서 학생들이 교실 앞 점자 안내판에 점자로 몇 학년 몇 반인지 표시를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브릭을 활용해서 점자 숫자를 표시하는 연습을 해보고 나중에는 반구 모양의 스티커로 교실 앞 점자 안내판에 학년과 반을 표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특수 선생님께 의견도 구하고 점자 번역 사이트를 찾아 공유하는 모습을 보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기특하고 놀라웠습니다.

또한 브릭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브릭을 장난감으로 인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수업에서 브릭으로 우리 동네에 필요한 안전시설을 만들고, 우리 지역에 필요한 미래 건축물을 제작해 보며 브릭을 표현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브릭으로, 브릭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언어로 표현하며 상호보완이 되었습니다. 반에서 발표를 한 번도 하지 않고, 목소리 잘 듣기 어려웠던 친구가 있었는데, 브릭으로 만든 창작물을 보여주며 더듬거리지만 자기 생각을 소리 내서 발표하는 뭉클한 장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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