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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으로 연결된
인천 선생님과 몽골 학생들

by 재단법인 넥슨재단

인천 교육청은 몽골과 창의융합교육 국제교류활동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여기에 넥슨재단이 기부한 브릭이 주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교재와 브릭을 전하는 것을 넘어, 브릭을 활용한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지난 5월 인천 지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몽골을 다녀왔다. 선생님들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와 서부 오지 지역 옵스의 학교에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수업을 진행했다. 넥슨재단은 우리가 기부한 브릭이 몽골 학교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몽골 학생들 직접 만나고자 울란바타르 일정에 일부 동행해 함께했다.


넥슨재단은 2018년부터 브릭을 활용한 사회공헌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는 물론 몽골, 케냐, 네팔, 캄보디아 등 전세계 17개국에 브릭을 기부해 왔다. 이번 몽골 방문을 통해 우리는 브릭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브릭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언어가 되어주며, 말과 글이 서툰 학생들에게 표현의 도구가 되어준다. 조립하고 해체하는 반복 작업을 통해 생각을 구체화 시켜주기도 하고, 잠재력과 창의성을 끌어내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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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에서는 두 곳의 학교에서 브릭 활용 수업이 진행되었으며 수업은 한국과 몽골을 오가는 철새를 주제로 이루어졌다. 멀리 한국에서 온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수업에 몽골 학생들은 반짝 거리는 눈으로 함께 했고, 걱정했던 언어의 장벽은 브릭으로 금세 허물어졌다. 한국과 몽골 하늘을 자유롭게 오가는 새들을 생각하니 두 나라가 훌쩍 가깝게 느껴진다.

선생님들은 옵스로 이동해 수업을 이어갔다. 한국 학생들과 함께 만든 영상을 통해 옵스 학생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며 거리감을 좁힌 뒤, 브릭을 활용한 수업을 이어갔다. 울란바타르에 비해 교육 환경이 열악해 옵스 학생들 대부분이 브릭을 처음 접해보는 상황이었지만, 학생들은 높은 몰입도와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주었다.


한국 학생들이 만든 한국 소개 영상


몽골 학교에 직접 방문해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은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많은 것들을 배웠으며, 몽골 학생들을 만나며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진행된 ‘브릭 활용 수업’에서 선생님들은 어떤 것들을 느꼈을까? 몽골 학생들과의 만남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넥슨재단은 열정적으로 수업을 준비해, 몽골의 학생들과 만난 선생님들에게 수업 후기를 부탁드렸고 선생님들은 진심을 꾹꾹 담은 후기를 전해 주셨다. 그 생생한 후기를 그대로 전한다.




<문화적인 차이와 난이도를 고려한 수업 준비> 인천 봉수초등학교 강보석 선생님

한국과 몽골을 오가는 철새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이 주제로 정해지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몽골의 사회 문제를 찾고, 그 문제가 해결된 도시를 만들어보는 수업안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몽골 선생님과 교류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난이도가 많이 높을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과의 많은 논의 끝에 ‘철새’로 주제를 새롭게 바꾸고 수업 준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옵스 지역 학교에서의 부스 운영도 많은 토의 끝에 몽골의 과거, 현재, 미래 라는 주제를 선정했고, 교육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다듬어 갔습니다. 교사의 발문을 줄이고 설명은 짧고 활동은 길게 최대한 많은 시간을 아이들이 만들 수 있도록 몽골어 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몽골 영상 제작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소통의 중요성과 시각적인 자료가 주는 교육적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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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손끝에서 다시 발견한 교육의 본질> 인천 신정초등학교 오유진 선생님

수업 전날까지도 ‘이 수업이 아이들에게 정말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자 아이들의 반응은 그 모든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브릭을 만져보던 아이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신감 있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작은 조각 하나를 붙이는 데도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도구’라는 낯섦보다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듯했습니다. 철새의 둥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아이는 나뭇가지와 이끼를 브릭으로 재현해보았고 또 다른 아이는 철새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구조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각자의 작품에는 자기만의 해석과 감정이 담겨 있었고 그런 표현을 스스로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순간은 아이들이 완성한 작품을 교사에게 보여줄 때였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만든 구조물을 들고 다가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짓던 그 짧은 순간 속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말보다 눈빛과 손짓이 더 많은 것을 설명했고 그 속에서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교실이 아닌 곳에서도 배움이 가능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참관했던 몽골 교사들의 열정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수업 중간중간 메모를 하고,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대부분의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셨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활동 구성, 재료 사용법, 한국에서의 활용 사례 등에 대해 질문을 주셨고 브릭을 직접 조립해보며 학생의 입장에서 체험해보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이메일도 물어보시면서 앞으로 교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씀을 주셨습니다. 교육의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배움에 대한 열정과 학생을 향한 애정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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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으로 이어진 상상력의 다리> 인천 부내초등학교 박찬 선생님

수업이 시작되고 아이들은 각자 팀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몽골의 건축물을 상상하며 브릭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개의 코너로 나누어 진행한 활동에서 각각 다른 특색을 보여주었다. 과거를 표현한 팀들은 전통적인 게르(몽골 전통 가옥)의 구조를 브릭으로 정교하게 재현했다. 둥근 형태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각자만의 해석을 더해 다양한 버전의 게르를 만들어냈다. 현재를 표현한 팀은 몽골의 현대적 건물들과 아파트 단지를 표현했는데, 실제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을 브릭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관찰력을 보여주었다.

무려 7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명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은, 학생들의 몰입과 흥미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평소 산만할 수 있는 연령대임에도 불구하고, 브릭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만나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팀워크 활동으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조율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사로서 이번 수업을 진행하며 가장 깊게 느낀 것은 브릭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언어를 초월한 소통의 도구라는 점이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충분히 교감할 수 있었고, 오히려 비언어적인 활동 속에서 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다. 몸짓, 표정, 그리고 브릭으로 만든 작품이 하나의 언어가 되어 진정한 교육적 교류를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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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과거, 현재, 미래의 건축물 표현하기> 인천 만수북초등학교 남기철 선생님

옵스의 학생들은 처음에는 브릭 활용 수업을 다소 낯설어했지만, 활동이 진행될수록 점점 몰입하고 흥미를 보였습니다. 과거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를 만들거나, 현재 몽골의 고층 건물을 재현하는 팀, 미래의 몽골 도시를 상상하여 다양한 거주 공간을 디자인한 팀 등 다양한 창작물이 나왔습니다. 특히, 미래 건축을 주제로 한 활동에서 학생들의 창의성과 주의 집중력이 돋보였습니다. 브릭이라는 만들기 교구가 창의적인 표현 도구로 변하면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고,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기 좋았습니다.

브릭은 언어도, 배경도 달랐던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였으며, 그 속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의 주체는 결국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고, 창의성이 존중받는 교실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적 주제와 창의적 활동을 접목한 수업이 더 많이 시도되길 바라며, 브릭은 단순한 블록이 아니라, 상상과 표현, 공동체를 연결하는 훌륭한 교육 도구임을 이번 체험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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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시작이 된 처음> 인천 삼산초등학교 안서경 선생님

옵스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환경이라, 학생들 대부분이 레고 브릭을 처음 접해보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처음'은 놀라운 시작이 되었습니다. 수업은 먼저 한국 전통 가옥인 한옥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소개하는 영상으로 시작됐고, 그 후 학생들은 브릭을 이용해 몽골의 과거, 현재, 미래를 건축물로 표현해 보는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시각 자료와 간단한 제스처, 번역 앱 등을 활용해 소통했고 아이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몰입하였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브릭을 처음 만져보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공간 구조, 창의적인 형태, 협업적인 접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려는 태도였습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유로운 작품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브릭 수업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브릭에 대한 이해도’는 낮았지만 ‘표현에 대한 욕구’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도구의 숙련도보다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과 간단한 인터뷰도 진행해 보았습니다. 물론 언어 장벽 때문에 깊은 대화는 어려웠지만 작품을 보여주며 설명하려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 활동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자기표현’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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