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력이 필요해!
역시. 꾸준함은 결과로 돌아오는 법. 나는 나노 인플루언서가 됐다. 한 달 만에. 메가급 인플루언서들은 콧방귀를 뀔 수준이지만 나 스스로는 엄청 큰 결과였다. 그리고 요즘엔 나 같은 일반인 나노급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 있는 마케팅도 대세라고 했다. 이러다 나한테 광고 제안이 들어오는 거 아니야? 큭큭 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다.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일이 호불호가 있을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 스스로 재밌고 만족스러워서 나는 이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15초! 영상을 찍는데 딱 15초면 된다는 것이 정말 나에게 너무 딱 맞는 플랫폼이라는 거. 나같이 이일 저일 벌려 놓은 일이 많은 사람들한테는 15초로 내 영상 히스토리가 착착 쌓이는 틱톡이 너무 찰떡이라는 거다.
내가 50이 된 시점에 틱톡을 시작했다. 앞으로 50년은 나의 영상을 더 모을 수 있겠다. 이거 평생직장인 건가. 별 거 아니지만 손댄스를 배우다 보면 뇌도 자극되는 느낌적인 느낌. 동작을 나이 들어 익히려니 쉽지 않다. 거기가 블랙핑크 같은 아우라의 십 분의 일도 못 미친다. 하지만 하나씩 해내고 나면 스스로 뿌듯함이 제법 크다.
사춘기가 온 딸에게 안무를 배우며 관계도 호전되었다. 딸들은 전혀 다른 엄마의 영상을 보고 깔깔 웃고 즐기고 감탄을 해 준다. 고맙게도. 요즘엔 인기 영상이라며 추천도 해주고, 알려준다. 공감과 취미로 사춘기 터널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긴다.
별세계. 나는 우주를 자유로이 떠다니는 별처럼 이 세계를 누비고 다니고 싶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나를 계속 만나고 만들어 가고 싶다. 자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해 보고 싶은 게 늘어난다. 설레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이제야 눈뜬 세상이지만 시작한 것만으로 충분한 세상. 오래오래 이 세상에서 숨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내가 풍성해졌다. 그리고 꿈이 자꾸 늘어났다.
하지만 내가 좋아서 올리는 영상들은 한계가 있었다. 나는 고민을 하다가 또 다른 커뮤니티를 선택했다. 바로 해리컴티였다. 그 후로 내 인생에 비어있던 작은 틈들이 메꾸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