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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Oct 01. 2023

레오폴드 미술관

클림트와 에곤 실레

미술관을 방문하여 작품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했다.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해바라기>와 오르세 미술관의 <카미유의 죽음 > 앞에서 마음이 울렁거렸고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과 밀라노의 스포르차 궁전에 있는 <피에타> 앞에서 마음이 먹먹했다.


늘 만나왔지만 어쩌면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과 작별 인사를 하듯 거장들의 대작 앞에서 마음이 쓸쓸했다.


텅 빈 마음으로 빈을 찾았으며 곧장 레오폴드 미술관으로 왔다.



미술관을 입장하여 3층에 있는 클림트 작품 앞에 서자 다시 먹먹한 마음이 물결쳤다.



세기말적인 우울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클림트의 작품 앞에서 마치 내 마음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클림트는 인간본연의 욕망에서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


세기말적인 전쟁의 광풍과 우울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존재의 자유를 쟁취하는 길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에 있다고 생각했다. 클림트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당시 유행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책인 <꿈의 해석>이 큰 영향을 주었다.


말년에 그는 에로티시즘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으며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품에 안겼다.



클림트가 말년에 아터제 호수에 머물며 그렸던 작품 앞에 서자 투명한 물빛과 푸른 나무 등에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2층으로 내려와 에곤쉴레의 작품을 감상했다.



위압적이며 보수적인 아버지가 매독에 걸리자 쉴레는 점차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순수함은 사라지고 점차 불안하면서 거칠게 변해가는 쉴레의 모습에서 우리의 자화상이 보였다. 특히 긁은 듯한 거친 표현기법과 빨갛게 익은 꽈리의 강렬한 색채가 에곤 쉴레 특유의 떨림과 불안을 드러낸다.



중간중간 에곤쉴레가 그란 정물과 집 그리고 길과 하늘에서도 거친 듯 그의 애수 어린 따뜻한 시선과 낡은 갈색 톤이 관람자를 편안하게 한다.



에곤 쉴레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과 그것을 혐오하는 사회적 시선사이에 갈등하다가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렘브란트 자화상 이후로 허위와 가식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쉴레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허황된 이상이 아니라 현재에 살고 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한 쉴레의 작품 앞에서 이번 여행 내내 느꼈던 먹먹함과 우울함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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