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방패를 든 인어공주
부다페스트행 폴란드 항공을 타려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3시간 연착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우리가 탑승할 비행기가 현지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오는 중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인 아주머니 한 분이 난동을 피워 카자흐스탄에 내려서 경찰에 인계했다는 기사를 본 후라 항공사에 항의도 못하고 꼼짝없이 늦은 출발을 해야 했다.
문제는 바르샤바에서 경유를 하여 부다페스트를 가려고 하는데 비행 편이 없다고 다음날 오후 비행기로 가라고 한다. 할 수 없이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5성급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오전 시간이 남아서 함께 온 여행자들과 바르샤바 시내로 나왔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비르샤바는 이전보다 훨씬 깨끗하고 화려해 보였다.
바르스라는 어부와 샤바라는 부인이 이곳에 살고 있었는데 사냥하다 길을 잃은 왕을 도와줘 왕이 보답으로 부부가 살고 있는 땅을 하사했는데 그곳이 오늘날 바르샤바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폴란드의 수도는 크라쿠프였다.
어느 날 반인반수의 인어인 세렌카의 노랫소리에 탐복한 장사꾼은 세렌카를 잡아와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불러주면서 이익을 챙겼다.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잡혀있는 세렌카를 본 어부부부는 장사꾼 몰래 바다로 데려가 풀어주었다.
자유의 몸이 된 세렌카는 어부부부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며 자신이 평생 바르샤바를 지키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바르샤바 구도심 굉장 한가운데에 칼과 방패를 들고 있는 세렌카 청동상이 서 있다.
지금까지 세렌카는 수많은 전쟁과 가난은 물론 개인적인 생로병사를 겪으며 끈질기게 살아온 바르샤바 시민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구시가 광장에서 걸어 나와 나라 잃은 마음을 애절한 밤의 서정곡으로 승화시킨 <야상곡>을 탄생시킨 쇼팽의 심장이 있는 성 십자가 교회를 들른 후 왕궁이 보이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 시켰다.
쓸쓸하면서 한적한 거리위로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 사람들을 창밖으로 보고 있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요하면서 고즈넉한 낯선 풍경들이 불안감으로 가득한 일상을 살아온 나에게 평화를 선물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번은 더 여유있게 방문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바르샤바는 나름의 매력을 쏟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