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의 파울 클레 미술관
꿈결같이 평화로운 시간들을 실은 기차가 베른역으로 밀려들어간다.
오전의 비로 말끔하게 씻어 내린 베른역을 나서자마자 빨간 시내버스를 타고 파울 클레 미술관으로 간다.
미술관은 스위스 특유의 푸른 숲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파울 클레의 모더니즘에 맞추어 모더니즘을 상징하는 강철과 유리를 사용해 세 개의 큐브로 건립되어 있다.
미술관으로 입장하자 파울 클레의 동화 같은 작품들이 내 눈 앞에서 펼쳐진다.
동화같이 아름다우면서도 행복한 그의 그림을 둘러보다 보면 평소 클레가 했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그림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세상이 끔찍할수록 추상으로 흐르고 행복한 세상일수록 나의 그림과 같이 된다
모든 장식적 형태를 없애고 오직 빛과 마을의 단순한 형태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행복의 감정을 보여주는 클레의 작품앞에 서자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또한 클레의 작품 속에 보이는 사람과 동물의 모습에서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관람자를 천상의 세상으로 데려간다.
2차 세계대전과 피부 경화증이라는 중병을 겪으면서도 사람과 풍경에 대한 사랑과 행복 그리고 아름다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20세기 클래식 모더니즘의 가장 중요한 미술가로 자리 잡았다.
미술관을 나와 미술관 주변에 조성한 공원을 지나자 클레의 무덤이 있는 마을 공동묘지가 나온다.
저마다의 사연을 묻어둔 채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무덤 하나하나가 신선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장 변두리에 놓여 있는 클레의 무덤 앞에 이르자 죽음은 더 이상 외롭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클레의 무덤은 죽어서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영생의 삶을 사는 듯 소박하지만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삶과 죽음에서 아름다움과 평화를 추구한 그의 무덤 앞에서 우리의 삶과 죽음 역시 아름다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마음의 평화가 여행자를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