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와 알프레도의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음악.
스포를 당하고 봐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마지막 장면.
영화의 구성요소 어느 하나도
감동 아닌 것이 없는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마땅히 30년전에
봤어야 할 영화지만
이제야 보게 됐습니다.
그동안 TV에서도
여러번 방영했고
요즘같이 영화보기 편한 시대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OTT로 볼 수도 있었지만,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였기에
아끼고 아꼈었는데,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타계가 재개봉의 계기일 줄이야.
이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으며
영화감독을 꿈꾼 지인이 많은 것은
뭔가 영화와 관계가 있을 법한
PD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생각해보면 저자신이야말로
영화감독을 꿈꿀만한
환경에 있었던 것 같은데
라디오 PD가 된 것은
영화보다는 영화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시대 많은 시네마키즈의
멘토였던 영화평론가 정영일이
제 어린시절
영화의 공적인 안내자였다면
영화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제 사적 안내자가 되어주셨지요.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너무나 좋아하셔서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고향인 전주에 있던
영화관에 걸린 개봉작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보셨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이었지만
큰 아들이 해달라는 것은
뭐든지 해주셨던
어머니(제게는 할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래서, 제가 어릴 때
KBS 명화극장에서 방영됐던
거의 모든 영화를
아버지는 섭렵하고 계셨습니다.
정영일 평론가의 논평에 더해
아버지의 리뷰를 한번 더 듣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제가 누렸었죠.
아버지와 함께 본 영화 가운데
<길(La Strada)>은
지금까지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입니다.
그러고 보면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과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일단 이탈리아 출신 감독이 만든
이탈리아어로 된 영화라는 점.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니노 로타(길)와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음악을 맡았다는 점.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영화음악이지만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작은
아니라는 점까지.
니노 로타는
<길> 외에도 <태양은 가득히>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잘 알려진 영화음악을 썼지만
1974년 <대부2>로
아카데미음악상을 수상합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러브 어페어> 같은
주옥같은 영화음악을 썼지만,
아카데미는 그에게
음악상을 주는데 인색했죠.
모리꼬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007년 평생공로상을 받았지만,
그가 6번이나 후보에 오르고도
놓쳤던 음악상은 2016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작업한
<헤이트풀 8>을 통해
수상하게 됩니다.
그의 나이 88세 때였죠.
그러고 보면 아카데미상이
로컬이라는 어느 감독의 말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