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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YB Aug 25. 2024

경제란 무엇인가?

생활 속의 경제

'나는 올해 돈을 많이 벌었다' vs '나는 돈이 많다'

위 두 문장에서 쓰이는 '돈'이라는 단어에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확히 아는 분은 이 글을 읽지 않으셔도 좋다.


흔히 접하는 경제기사, 경제통계, 돈과 관련된 표현들. 우리는 그 뜻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경제통계지표를 볼 때 표시하는 단위나 형태에 따라 다른 인상을 받아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기본적인 사항을 유의하여 살펴보고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경제에 대한 짤막한 상식을 전해보고자 한다.


우선, 앞선 두 문장은 경제통계에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선 두 문장 중 앞에 있는 '올해 돈을 많이 벌었다'에서의 '돈'은 올해 2024년 1월 1일부터 현재시점인 2024년 8월 25일까지 벌어들인 소득이 많다는 의미다. 이를 flow라고 한다. flow 통계는 연중, 분기 중, 연중과 같은 일정 기간 중 얼마나 벌었는지를 나타내는 통계다. 소득, 생산량, 국제수지, 수출입액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돈이 많다'는 것은 특정한 시점(현재시점 2024년 8월 25일 1:01 AM)에 가지고 있는 재산이 많다는 의미다. 이는 stock이라고 한다. 연말, 분기말, 월말 등과 같이 특정 시점에서의 수량이나 금액을 나타내는 통계다. 금융자산-부채, 통화량, 자본량, 외환보유액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위 개념이 어려웠던 분들, 혹은 몰랐던 분들은 이제부터 함께 차근차근 경제에 대해 발걸음을 디뎌보자. 가장 기본적인 설명으로 시작할 것이다.


경제: 재화를 생산, 분배, 소비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 그 활동을 둘러싼 질서나 제도


경제란 무엇인가?

경제학은 여러 가지 용도에 대체하여 사용될 수 있는 한정된 자원과 무한한 욕구 사이의 한 관계로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다.
- 라이어널 로빈스

경제는 살아가는 인간 집단의 상호작용 전부를 일컫는다. 가계(household), 기업(firm), 국가(정부: government)와 같은 세 가지 경제주체에 의해 달성되는 경제활동 즉,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 하는 모든 분야의 일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경제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과 굉장히 가까운 일이다. 이때, 세 경제주체의 활동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 개별적으로 살피기보단 전체적인 맥락에서 순환되는 경제의 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경제에 대한 정의는 동서양간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다. 동양에서 말하는 경제는 '세상을 다스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경세지민에서 유래한 말이다. 넓은 의미에서 사람과 사회에 관한 학문을 일컫는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 말하는 경제(economy)는 가계의 살림을 하는 사람이라는 그리스어 오이코 노모스(Oiko Nomos)에서 유래했다. 돈을 벌고 관리하는 개개인의 기술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집단주의적이고 타인의 눈치를 보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와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개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정서를 비교해 보면 비슷한 맥락으로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좁은 의미의 경제건, 넓은 의미의 경제건 공통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가정이나 사회나 무수히 많은 의사 결정을 내려 자원을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오늘의 설거지는 누가 할 것인지, 요리할 재료는 어떻게 구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를 결정하듯 사회에서 필요한 건물은 어떻게 지을 것인지, 공공재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를 결정한다. 가정이나 사회나 자원은 제한되어 있다. 가정에서 남은 빵 한 조각을 어떻게 분배할지 결정하는 것과 같이 사회에서도 개개인의 능력, 노력, 욕구에 따라 누가 무엇을 하고 어떤 것을 대가로 받을지 결정한다.


결국 가정도 하나의 사회이며,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말했듯 모든 사회는 공통된 세 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1. 무엇을 얼마큼 생산할 것인가?

2.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 것인가?

3. 누구를 위해 생산할 것인가?

이는 마치 저녁식사를 차리는 가정의 모습과도 같다. 저녁밥으로 어떤 메뉴를 얼마큼이나 만들지, 어떤 재료(재화)를 사용하여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고 누가 어떻게 식탁을 차리고 누가 어떻게 뒷정리를 할 것인지(용역), 그렇게 만든 저녁밥을 누구에게 얼마큼 어떤 형식으로 나누어줄 것인지(분배)에 관한 문제다.


희소성과 기회비용

trade-off(자원의 희소성과 인간 욕구 충족 간 상충관계): 경제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지만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people have unlimated wants in a world of limited resources.)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선택이라 함은 무언가를 제외한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없다. 모든 상황에서 돈, 시간, 능력 모두 제한적으로 주어지기에 우리는 모든 기회를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기회가 희생될 것인지 포기해야 만한다. 음료수 고르는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도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 우리가 가진 돈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음료수 전부를 쓸어 담을 수 없다. 만약 편의점 하나를 다 털정도로 넘치도록 많은 돈이 있다고 해도, 우리의 배는 한정된 용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음료수를 전부 마실 수 없다. 만약 쯔양과 같이 무지막지한 식성으로 음료수를 다 마실 수 있다고 해도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영원히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음료수를 마시며 살아갈 수는 없다.

결국 인간과 이 세상은 유한하기 때문에, 동시에 그와 상반되게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이것이 경제문제이다. 우리가 항상 마주하고 있는 이러한 부족함을 '희소성(scarcity)'이라고 한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경제문제의 본질은 희소성에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자원을 가능한 경제적으로 운용해 우리의 무한한 욕구를 채우는 선택의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경제학이다. 즉,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희소성이라는 것은 결국 욕망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량과는 관계없다. 이 세상에는 유한한 개수의 바퀴벌레가 있지만 그것을 욕망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바퀴벌레는 경제학적으로 희소성을 가지지 않는다. 누구나 필요로 하지만 부존량이 너무 많은 경우도 시장의 경제에서는 예외가 된다. 마치 공기 같은 것이다. 부존량이 많아서 누구나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다. 따라서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되지 않는 공기는 경제재가 아닌 자유재로 분류된다.

경제학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제재는 욕구에 비해 부존량이 적어 희소성을 가지고 있는 재화를 일컫는다. 그러나 이 구분은 한번 정해지면 영원불멸하게 바뀌지 않는 진리 같은 것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마치 어르신들이 아주 어렸던 시대에는 물을 돈 주고 산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흔하게 시장에서 돈을 주고 생수를 거래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유재였던 것이 경제재가 되기도 하고 그 역도 성립할 수 있다.


합리적 선택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희소성에 근거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행위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필요하다. 여기서의 경제행위자(economic agent)는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본다. 이기적이라는 게 심리적으로 에고이스트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최대한 효율적인 선택을 하는 개인 혹은 집단을 의미하는 것이다.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가치판단은 개입되지 않는 개념이다.

경제학에서 경제행위자들을 합리적으로 가정하는 것에 100%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정작 나와 내 주변 사람들만 하더라도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손해를 보기도 하고,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도, 귀찮아서 대충 고르기도 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약간은 비합리적인 개개인의 선택일지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멀리서 보면 합리적이라 가정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선택이다. 너무나 상세해서 실제와 같은 이론은 우리가 경제학에서 이끌어내고자 하는 답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충분히 중요하지 않은 현실의 특징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일관된 가정으로 예측하는 것이 성공적일 수 있다.

'합리성'이라는 단어가 철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별로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할수록 복잡해지는 만큼,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을 명확히 밝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경제학에서의 합리성은 "수단의 합리성"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윤리나 가치관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고려할 뿐이다. 비약해서 말하면 방향이 아닌 속력을 계산하는 학문이라고나 할까? 그 목표가 옳은지 그른지는 경제학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계에서 영향력이 큰 로빈스는 앨프리드 마셜이 내린 경제학 정의에 대해 비판한다. 마셜은 경제학이 "개인 및 사회의 복지에 요구되는 물질"에 관해서 검토한다고 보았는데, 복지는 수량적으로 파악되지 않을 뿐 아니라, 복지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는 가치판단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치판단은 경제학자들이 가장 피하는 일이다. 로빈스는 경제학은 '무엇이 어떠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관련된 규범적 문제를 배제하고, '무엇은 어떤 것이다'라는 실증적 문제, 즉, '팩트'만 연구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한 마디로 그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 편익을 얻는 선택이 경제학에서의 합리적 선택이다. 여기서 기회비용의 개념이 등장한다. 14일에 상영을 시작한 CGV 극장판 세븐틴 콘서트 '팔로우 시네마' SCREEN X관의 티켓가격은 27,000원이다. 이때, 예매를 위해 내가 지불한 27,000원은 실제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없다. 기회비용은 단순히 실제로 소모된 회계적 비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들 가운데 가장 큰 가치가 있는 기회, 혹은 그 기회가 지니는 가치를 의미한다. 만약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반차를 내고 가는 것을 가정할 경우, 영화를 보지 않고 근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액이 10만 원이라고 한다면 나는 10만 원이라는 비용을 추가로 희생하게 된다. 경제학에서의 기회비용은 티켓가격과 희생된 수입을 합친 127,000원이다. 경제학적인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이러한 기회비용을 포함해서 고려해야 한다. 이 금액으로 새 옷을 샀다면 어땠을까? 책을 샀다면? 무언가를 배우는 비용에 지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기로 선택함으로써 다른 가능성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리크 바스티아는 이를 '보이지 않는 비용'이라고 말한다. 127,000원만큼의 다른 소비의 기회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북클럽을 신청할 때 고려되는 기회비용은 단순 32만 원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당신이 선택하기를 포기한 것의 비용까지 합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 시간에 당신이 원래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었다면(또한 아르바이트 이상으로 가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면) 4시간 x 4회 = 16시간에 최저시급 9,860원을 곱한 157,760원의 희생되게 된다. 총 477,760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비용과 비교해 편익(사람들과의 친밀감, 책 읽고 글 쓰는 능력의 함양, 다양한 지식인과의 교류 등)이 더 크다고 판단할 경우, 즉, 이득이 가장 크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경제적 의사결정 시에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것이 있는데 흔히 들어봤던 '매몰비용의 오류'이다. 매몰비용은 어떤 선택을 위해 실제로 지불된 비용(보이는 비용) 중, '현재 시점에서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의미한다.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든 이미 매몰된 비용을 다시 돌이켜 얻어낼 수는 없다. 매몰비용은 판단을 흐리게 하여 이미 지나간 것을 붙드느라 현재 발생되는 손해로부터 시야를 멀어지게 만든다. 이를테면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비경제적 선택이다. 보러 간 영화가 지루하고 불쾌한 영화라면, 비용이 아깝다고 남아있는 것보다는 영화를 보는 시간적 희생과 정신적 편익을 고려하여 그 자리에서 바로 나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매 순간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대안을 떠올릴 때, 매몰비용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참고)

생활 속의 경제. 이충기, 이남형 공저.


한국은행,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http://www.bok.or.kr/portal/bbs B00002 19/view.do?menuNo=200148&nttld=23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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