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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로 Apr 26. 2023

이 영화는 첫 마리오 영화다

오늘날 우리에게 마리오란 무엇인가

굳이 영화관을 가게 하는 무엇


OTT의 시대에 만원 초반이 넘어가는 가격을 지불하고 '굳이' 일부러 영화관에 찾아가는 수고를 더해서라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보러가는 행위는 확고한 특징이 있으리라. 그건 다른 영화를 보러가는 경우보다 더 뚜렷한 목적의식을 담은 행위는 아닐지. 우리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첫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다 본 나는 확신했다. 이 영화는 첫 영화다. 무슨? 마리오 원작 영화 진작에 있지 않냐고? 절대 아니다. 그건 어디 빗나간 시간선의 뒤틀어진 차원에나 있던 사고같은거였다. 그런건 절대 존재한 적이 없단 말이다! 

<슈퍼 마리오>(1993). 이런건 절대 이 세계에 존재한 적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즐기던 닌텐도 마리오의 첫 영화는 올해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다. 그렇다. 무조건 그렇다면 그게 맞는 것이다. 절대 있던 적이 없는 저 다른 세계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이 글에서 당장 나가주길 바란다.(이런 논리는 스타워즈 영화가 총 7편뿐인 것과 같다. 에피소드 1~6까지와 로그원. 딱 거기까지. 흠흠.)  그럼 다시 이야기 들어가겠다.


마리오가 대체 무엇이건데 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첫 영화라고 단언하는가.



우리에게 마리오란 무엇인가


이 영화를 보러가기로 하는 행위는 여러 전제점들이 있다. 일단 내가 1시간 반 정도는 영화관에서 앉아 스크린을 바라볼 시간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삶이 팍팍하지 않다는 것이고, 여가 시간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극장이 있다는 것이고, 모든 조명이 꺼져있는 어둡고 적막한 곳에서 느낄 폐소공포증은 없다는 것이고, 어딘가에선 발생할지 모르는 휴대폰 조명이나 큰 대화소리, 뒷 사람의 발차기로 인한 관크의 리스크도 짊어질 용기가 있다든지. 그리고 어느새 만원대 중반에 달하는 영화표 값을 지불할 결단력까지. 


이렇게 여러 전제점들이 있겠으나,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건 '마리오'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부득이 물어야만 한다. 우리에게 마리오란 무엇인가?


마리오는 게임이다. 그런데 뜻밖에 마리오가 처음 나온 게임은 마리오가 아니다. 

동키콩(1981)

그렇다. 패미컴을 해본 사람은 본적이 있는 화면일지도. 1981년작 <동키콩>에서 점프하며 동키콩이 던지던 나무통을 피하던 저 캐릭터가 우리가 아는 그 마리오의 첫 출연이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게임 마리오는 몇년 후에 나온 이거겠지.

마리오 게임의 첫 시리즈, 패미컴으로 나왔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1985). 보통 마리오1으로 기억한다.

이 첫 화면. 이게 "근___본"인 것이다. 게임사든 대중문화사든간에 이야기를 한다면 이 화면은 분명히 빠지지 않을터. 보통 '마리오 1'이라 부르는 이 게임의 기념비적인 대박으로 인하여 마리오 시리즈는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단순한 점프와 밟기, 간혹 불꽃 먹고 뱉는 불공격까지. 단순한 조작감이었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우리의 어린시절을 차지했던 중요한 카테고리 중 하나가 마리오 아닌가. 아마도 많은 게이머들에게 게임에 미쳐본 첫 기억은 닌텐도의 마리오일테고. '마리오'는 현재 아는 닌텐도의 여러 작으로 거의 40년 정도에 달하는 시간동안 우리를 설레게 하고 흥분시키지 않았던가. 

마리오 시리즈의 가장 최근작. <마리오 오디세이>(2017)

아무리 최신작을 해도, 우리가 얼마나 나이를 먹었어도, 심지어 애엄마아빠가 되었더라도 마리오를 하러 게임기를 손에 쥘때만큼은 우리는 옛날 그 기분 그대로 그 시절로 돌아간다. 


우리에게 마리오란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될 추억이다. 추억은 과거시제지만 그 범주에서 마리오는 분명히 예외다. 옛 시절의 마리오가 아니라 최근작으로 마리오를 접하게 된 이에게도 이건 맞는 말일게다. 



여기에 그게 다 있다


마리오를 하면서 접했던, 주인공들만큼이나 쿠파를 위시한 다채로운 악당 캐릭터들, 다종다양한 월드와 코스, 아이템 여기에 다있다. 그것도 지금은 저 다른 차원으로 망각해버려야 할 어느 작처럼 이걸 굳이 실사화하겠다고 징글맞게 가공하는 과정도 없이 모두 우리가 게임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다. 

이상한 설정변경도 없다. 버섯 왕국부터 해서 우리가 탐험하던 그 여러 월드가 그대로 거진 다 나오며 캐릭터들도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대로 충실히 영화화되어 스크린에서 숨쉬고 있더라. 



어디서 들어본거 같은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캐릭터와 설정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건 '소리'다. 완전히 같지는 않겠으나 분명히 어디선가 들어본 추억의 소리들이 우리에게 들려온다. 점프, 굼바밟기, 스테이지 클리어 때 알던 그 효과음에다 여러 스테이지와 상황에서 들려오던 배경음악까지 더 웅장하거나 더 귀엽게 변주되었으나 들으면 단박에 알 수 있게끔 여러 장면에 담겨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간과하기 쉽지만 놓치기는 아쉬운 부분이 성우들의 목소리다. 마리오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분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절대 결점은 아니다. 

https://youtu.be/jcdIqTFgWRA


저 면면을 보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애니메이션 장르로 분류되겠지만 정말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할만하다. 특히 잭 블랙과 키건 마이클 키의 연기는 엄지척을 안할수가 없었다. 이 화려한 캐스팅의 목소리가 충분히 다채롭고 잘 어울리게 들어가 있다. 연기에서 빠진다 느끼는 목소리가 하나도 없었다.(한국 자막판 기준)



'마리오'만은 아니다


이 영화에 '마리오 게임'만 있는거도 아니다. 예고편을 보면 알겠지만 동키콩도 나오고 마리오 카트도 나오고 그 세계관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도 드문드문 나의 시야 안에 기웃거린다. 특정 작들의 닌텐도 세계관의 요소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동키콩> 시리즈나 <마리오 카트>같은 게임들 말이다.


이런 이스터에그를 하나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다. 



'마리오'가 우리에게 여전히 줄 수 있는 것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아는 마리오 게임 그대로라는 것이다. 정말 충실히 영화화했다. 그러면 진부하지 않느냐고? 아, 아니다. 그래서 재밌는거다. 이 영화는 창작자의 예술성과 창조성을 위하여 굳이 과거의 추억을 변질시키고 우리의 추억을 타락시키지 않는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나 간혹 보면 창작자가 그 컨텐츠에 돈을 지불해주는 감상자보다 '감히' 우위에 서서 한수 자신의 우월성을 가르치려는 듯한 스턴스의 작품들이 있는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그런 만용을 전혀 부리지 않았다. 진정한 현명함이란 과한 자기도취적 나르시스트를 가리키는게 아니라 이런 겸허함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말하고 싶다. 


이런 겸허함은 어느새 삭막한 현대인이 되어버린 우리를 한시간 반정도만이라도 다른 세계로 데려가 준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와 갈등을 넘어서 현생에서의 야근과 밥벌이의 피로를 지나 잠시만 우리가 추억하는 그 세계가 잠시라도 다가온다. 오아시스같기도 했다. 현대사회의 풍토병은 우울이라 해도 반박이 안될정도로 팍팍한 세계인데 잠시만은 그 시름을 잊을 수 있다. 

어느 정도냐면, 그토록 관크(영화관의 다른 관객이 핸드폰 불빛을 비추거나 옆사람과 떠들거나 뒷사람이 내 자리를 발로 차거나 등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 행태를 의미.)에 민감한 나도 옆자리에서 엄마와 같이 앉아 넋나간 표정으로 큰 목소리로 우와우와 엄마 저거 진짜 마리오야 하고 있어도 매우 너그러운 표정으로 그래 아이야 넌 정말 제대로 이걸 즐기고 있구나하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으니까. 그 아이가 차라리 더 떠들었어도 되었으리. 

이 정도로 잠깐이라도 삶에 관대함을 가져와보는 경험도 요즘엔 참 갈수록 흔치 않은거 같았는데. 옛날엔 그게 더 쉬웠다.


그렇다면 정말로 당신이 마리오 영화에서 바라던 모든게 다 있는 셈이다. 여기에.

(그렇게 찾았는데 이 영화에서 안나오는건 후속작으로 나오겠지...)


*영화가 끝나고 쿠키영상이 2개 있다. 엔딩크레딧 다 끝나고도 나오니 끝까지 자리를 지킬 가치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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