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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로 May 04. 2023

<가오갤 3>, 마블로만 묶여 기억되진 않을 이 시리즈

3편을 보고 온 한 <가오갤> 팬의 회고

마블보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이 개봉했다. 내가 1편을 언제봤더라. 2014년에 개봉했으니 그때 언제쯤 할일이 없어 빈둥대던 오후에 용아맥가서 봤으리. 영화 좀 본다하는 사람들의 극찬을 듣고 갔었다. 그때는 몰랐지, 내가 이 시리즈를 마블보다 최애하게 될줄.

<가오갤>의 장대한 시작. 마블 스튜디오의 오프닝 중 최고라 꼽고 싶다.

<가오갤>이 마블 아니냐고? 마블은 맞는데 마블영화로만 두기엔 담기지 않는게 <가오갤>시리즈엔 있다. 이 시리즈의 장구한 시작인 1편은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은 영화 중에서 따로 꼽아야 된다 생각한다. 마블시리즈의 최고작은 단연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ㅡ<어벤저스: 엔드게임>이겠지만 마블스튜디오서 가장 잘만든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을 꼽고싶다.


<가오갤>의 중심에는 제임스 건이 있겠지. 여러 설화로 부침이 있었으나 그는 3편에서 복귀했고 그 응집력만은 이젠 마블시리즈를 능가하는 가오갤 팬덤(필자도 여기에 속한다.)이 만족할만한 성과물을 내놓았다.



여전한 '음악' 영화


<가오갤> 시리즈를 분류하라면 흔히 스페이스 오페라라 하겠지만 그건 틀렸다. 조금 과장 섞으면 이 영화가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건 음악이다.

<가오갤>은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Awesome Mix)'에 담긴 음악들으러 가는 영화이지 않나. 다른 마블이야 컨셉에 따라 부침이 있을지언정 <가오갤>만은 항상 80년대 미국 감성 그대로였다.


리스트는 1편이 최고였다만, 3편도 못지 않았다. 2편보다는 낫더라. 세 편 다 묶으면 미국 7,80년대 팝을 한동안 듣게 되리라. 요번 <가오갤3>에도 곳곳에 데이빗 보위나 하트, 라디오헤드 등 당대의 유명 뮤지션이 가득하다. <가오갤>시리즈 전체는 그 시절 가수들에 대한 헌정 영화기도 하다. 그래서 난 말하리. <가오갤>은 무엇보다 '음악 영화'라고.

밴드 '하트(Heart)'. 그들이 부르던 <Crazy On You>, <Alone>는 누구나 좋아할만하다. 아는 사람은 알지.


어느 '가족'의 이야기


<가오갤> 시리즈를 두고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이야기를 하면 이상할까. 혹은 김태용의 <가족의 탄생> 이야기를 빗댄다면?

일본어 원제로는 '도둑질 가족'이라는 뜻이다.

<어느 가족>이나 <가족의 탄생>은 모두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혼인과 출산을 거쳐 탄생하는 가족의 범주를 벗어난 다른 형태의 가족을 보여준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자면 '정상가족'을 벗어난?


우주활극 액션물일 <가오갤>도 분명 이 범주에 들어간다.

이들은 혈연으로 묶이지 않았지만 웬만한 피붙이처럼 끈끈하다. <가오갤>은 매번 위기에 처한 동료를 기꺼이 구하러 가는 이야기이다. 이들이 가족이 아니면 누구겠는가. 1편부터의 시리즈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가친척 한데 모아 올리는 웨딩마치 없이도 끈끈한 가족애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는 대안가족의 역사라고 봐도 되지 않겠는가. 한국인의 감각에 와닿게 표현하자면 가족 일대기, 그러니까 족보를 좀 역동적으로 풀어놓은 이야기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가오갤3>에는 이 '원조 멤버'에 대한 리스펙트를 담은 장면도 있다.

시리즈를 거치면서 처음에는 5명뿐이던 이 가족 구성원은 부침을 겪으며 점차 확장되어 왔다. 이번 3편도 이런 가족 범주의 변동이 주요 테마다. '가족'이란 어떻게까지 변주할 수 있는가. '가족'은 <가오갤>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기도 하다. 가족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떻게 확장되어갈 수 있는가. 3편은 이런 주제의 대단원이라 할만하다.



마블보다 깊을 <가오갤> 시리즈


최근으로 올수록 마블시리즈가 예전같지 않다 한다. 필자도 그렇지만 사람들도 굳이 마블을 보러 극장을 찾는 빈도는 확 줄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이번작을 우려섞인 태도로 보는 것도 맞다. 하지만 보고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마블보다는 가오갤을 외치는 한 팬의 시선에서는 <가오갤3>는 그런 걱정 떨쳐내고 올라버린 고가의 영화비를 내고도 얼마든지 다녀와라 할만하다. 만원대 중반의 돈을 다 주고 보고와도 후회안한다. 특정 시기의 마블에서 우리가 느끼던 감동도 있고 유머도 <가오갤3>엔 여전하니까. 다 큰 필자도 중간에 시큰한 지점이 있었으니.


하지만 <가오갤3>을 위시한 이 시리즈는 마블을 넘어서 있다. 이 얘길 하고싶어서 이 글을 썼다. 내가 <가오갤> 매니아들이랑 이야기를 해봐도 <어벤저스>의 팬덤보다 폭은 좁을 지언정 <가오갤> 팬이 느끼는 응집력은 마블 팬덤보다 더 강력하다. <가오갤>은 마블시리즈보다 깊고 코어한 영화다. 마블이라고만 하기에는 담기지 않는게 <가오갤>엔 있다. 그게 '음악'이든, '가족'이든, 특유의 유머코드이든, 감성이든, 생생한 캐릭터들이든간에 말이다. 3편도 그걸 다 가지고 있다.


스튜디오에서도 그걸 아는지 <가오갤> 시리즈의 스토리는 다른 마블작을 몰라도 크게 이해에 문제가 없게 구성되어왔다. <가오갤3>도 그렇다. 이걸 보러갈까 고민할정도면 <엔드게임> 정도야 접했을테니 그거만 알고 있으면 다른거 아예 몰라도 감상에 아무지장 없다.

이 <가오갤>시리즈의 확고한 팬이라면 살짝 더 감동을 느낄만한게 마지막에 있기도 하고.


마블이 이 추세로 가다가는 언젠가는 기억의 저편으로만 사라져 옛날에 슈퍼히어로물이 유행할때가 있었지 하고서만 입에 오를때가 있겠지. 추억의 영화 장르. 할리우드 서부극도 그렇지 않았던가. <가오갤>은 그렇지만은 않을거다.

언젠가 마블시리즈가 다 망하고 온전히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졌어도 가오갤 시리즈만은 극장서 이따금씩 재상영해줄거라고.

요즘도 극장에서 <다크나이트>를 다시 틀어주듯이.


나에게 <가오갤>은 <어벤저스>보다 오래기억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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