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일이 금요일이었어서 주말에는 고시원을 보러 다녔다. 미리 직접 답사했던 곳을 방문하고, 꼼꼼하게 상담했다. 그렇게 알아본 곳 중 월 33만 원만 내면 되는 고시원을 선택했다.
기숙사에는 살아봤지만 고시원에는 살아본 적이 없었고, 그저 잠만 자는 공간만 있으면 되겠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회사까지 걸어서 단 5분 거리, 대부분 큰 차이는 없었고, 창이 있고 없고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창이 있는 곳은 2~3만 원이 더 비쌌고, 방이 한 뼘이라도 넓으면 10만 원이 비쌌다.
그렇게 결정한 방은 고시원 한가운데의 창문 없는 방. 잠만 자면 되는 공간이라 생각했기에 최소한의 공간만 필요했다. 머리와 발끝이 동시에 닿았으나 몸을 뉘일 곳은 충분했다. TV도 구형이었지만 일단 나오고는 있었고, 작은 냉장고도 있었다. 옷장은 부족해서 천장에 빨랫줄 같이 있는 걸 썼다. 아... 빨래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최소한으로 돌려 입고 빨아서 입자라는 생각으로 금방 접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33만 원에 밥과 달걀과 김치가 무제한이란 것이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달걀이 무제한이라니... 이건 신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마 태어나서 가장 많이 삶은 달걀을 먹었던 시기인 것 같다. 하루 10개씩 달걀을 먹고 힘을 낼 수 있었다.
막상 고시원을 구하고 나니 주변이 신경 쓰였지만 어딜 가나 홍대고 시끌벅적 할 테니 고민은 없었다. 몸을 뉘일 곳을 정하고 다음날, 이사를 했다. 이삿짐도 별로 없기에 당일 밥을 챙겨 먹고 주변을 둘러보며 회사를 잠깐 갔다. 어라, 회사가 열려있었고 누군가 있었다. 신차장님이다. 왜 주말에 나와있을까...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은 평일 근무일도 아니고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