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프로 Mar 29. 2023

좋소의 하루

신입사원/좋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매일 오전 7시까지 출근을 한다. 사실 공식적인 출근시간은 9시지만 해외바이어는 본인들 퇴근시간 전에 반드시 답을 받고 싶어 한다. 그들이 갑이니까. 답을 주려면 그들의 퇴근시간 전인 8시까지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줘야 한다. 결국 어제 오후 6시 급행 항공편으로 보낸 샘플이 그들에 한국시간 새벽 1~2시쯤에 도착하고 그걸로 본인들이 회의한 내용을 나에게 전달, 내용을 전달하고 답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7시에 출근해서 1시간 동안 메일 확인 후 답변을 나가면 그제야 커피타임이 생긴다. 1.5층에서 커피머신에 커피를 내리고 편의점에서 에너지드링크를 사 온다. 1+1로 할인하는 김에 10캔 정도 샀다. 너무 일찍부터 집중을 하다 보면 졸음이 오고 피로가 몰려오니 에너지드링크는 마치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렇게 하루 4캔 정도 쌓이고 나면 다시 같은 날, 같은 업무가 반복되었다.


본격적인 출근시간인 9시가 되면 5분 정도 전에 부장이 출근한다. 그의 일은 하루 종일 주식을 보고 가~끔 해결 안 되는 일이 있으면 전화 한 통하고 담배 피우는 일. 하지만 퇴근은 항상 9시에 한다. 왤까? 저녁은 반드시 꼭 무조건 먹고 간다. 단 한 번도 그가 저녁을 거른 것을 본 적이 없다. 9시에 주식 장이 열린다는 것도 그 덕분에 배웠다. 하지만 주식은 안하리라. 당연하겠지만 사수는 이미 출근해 있었고 다른 직원들도 8시 30분쯤이면 모두 출근한 상태, 다들 각자의 업무로 분주해진다.


그렇게 오전의 집중적인 업무가 진행되는 동안, 막내 사원인 나는 새벽에 바이어가 요청한 샘플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한다. 어머니께 부탁해서 커팅을 하고, 5층에 올라가서 샘플을 만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샘플은 회사가 아닌 안산이나 종로까지 가야 만들 수 있다. 그럼 오전에는 오후의 외근 스케줄을 짜는데 시간을 다 보낸다. 그렇게 샘플과 외근 계획을 짜고 나면 점심시간이 된다.


점심시간에는 메뉴가 별 다른 게 있으랴? 제육볶음, 칼국수, 중국집, 백반 보통 이 4가지에서 다 돌아간다. 맛집이 많고 다양하면 무엇하랴, 홍대는 항상 사람이 많고 물가가 비싸다. 1시간 안에 밥 먹고 커피까지 하려면 회사 바로 근처밖에 갈 데가 없다. 그렇게 4가지 이내의 메뉴 선택에서 벗어나면 다시 또 회사 앞의 커피에서 가위바위보. 끝나지 않는 굴레다. 가끔 걸리면 밥 값의 몇 배가 깨지는 마법.


외근 일정이 잡혔다. 안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의 낡디 낡은 구 아반떼를 타고 가야 한다. 20만 킬로도 넘은 주자색 아반떼는 바로 옆의 포르셰와는 다르게 먼지가 자욱하고 핸들은 가죽이 다 벗겨졌다. 내부에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 그래도 잘 굴러가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비게이션도 없고 거치대도 없이 핸드폰 내비게이션 어플로 소리만 듣고 홍대부터 안산까지 달려간다. 중간에 경유지도 없고 바로 공장으로 간다. 늦어질수록 퇴근도 늦어지고 결국 내일 출근은 빨라진다.  


오후 2시쯤 도착한 공장은 말 그대로 공장이다. 폐유가 바닥에 흐르고 화학약품 냄새가 즐비하며 외국인 노동자가 가득하다. 사무실에는 공장장, 전무 상무이사... 최소 경력 모두 20년이신 공장사람들이다. 이제 사회생활 시작한 병아리가 어떻게 해 볼 대상도 아니었지만 목적은 하나, 해외 바이어가 일정을 맞춰달라는 것을 달성하려면 그분들을 설득해야 한다. 정말 어려운 방법이다. 도착하자마자 따라다니고 일정 보고 하나하나 완료되는 대로 다음 일정 또 따라가고 그렇게 완성되면 열기가 식지도 않은 채 사무실로 가지고 온다. 그렇게 사무실로 도착하면 오후 5시 정도 된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오전에 패킹 작업과 다른 선배들의 패킹작을 모두 완료하고 6시까지 발송해야 한다. 박스 패킹과 가위질의 실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한다. 6시까지 준비가 안되면 기사님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완료해야 하는 미션이다. 매일의 미션, 금요일은 1시간 빠르게 5시까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서류 작업이 진행된다. 당일 처리한 거래명세서, 업체에서 온 메일과 바이어 인콰이어리, 그리고 사무실 청소까지. 사무실 청소가 서류 작업인 이유는 아무도 서류를 정리하지 않아서 히스토리도 없고 그저 쌓여만 있는다. 이걸 정리해 놓으면 일이 편해질 것이라 생각해서 루틴처럼 정리했다. 부장은 그런 날 어이없다는 쳐다보다가 7시가 되면 저녁을 시키라고 부른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시간은 보통 이르면 저녁 9시, 늦으면 11시 정도 된다.

그리고 머리와 발이 닿는 단칸 고시원에 몸을 눕히면 하루가 끝난다.


https://kimprolife.tistory.com/5


더 많은 스토리

https://brunch.co.kr/@kimprolife


작가의 이전글 홍대입구에서 첫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