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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먼트그래퍼 Oct 11. 2022

어디든 베스트 포토존

예술적 재능 없이도, 카메라가 아닌 그저 핸드폰만으로도 누구든 감각적인 사진작가가 되는 곳, 바로 이탈리아 부라노(Burano) 섬이다. 

이 섬은 수상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베네치아(Venezia)의 근교 섬으로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로 칠한 예쁜 건물들이 수로와 골목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집들이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져 있는 이유는 옛날부터 고기잡이 배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돌아와서는 자신의 집을 잘 알아볼 수 있게 이웃끼리 겹치지 않는 색으로 배와 건물 벽면을 칠해 왔다고 한다. 

현재는 신기하게도 건물에 새로 페인트 칠을 하려면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한다. 대신 페인트 비용을 보조해주고 정부가 허락한 색깔들 중에서 원하는 색을 골라 칠하게 하고 있었다. 

그만큼 건물 자체가 여행 명물로서 관리와 지원을 받고 있는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는 섬이었다.


이탈리아 하면 가고 싶은 도시 0순위는 베네치아였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대표 명물인 곤돌라 등 수많은 사진을 담았지만 피사체를 고르는 수고스러움이 덜하면서 오히려 그 못지않게 쉽게 감각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부라노 섬이었다. 

사연을 갖고 있는 섬의 가옥들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 생활양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좋은 피사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찍을 때 피사체를 고르는 일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곤 하는데, 건물은 아무래도 정적이라 아마추어 사진가에겐  다가가기 쉬운 좋은 피사체이다. 움직임이 있는 곤돌라나 인물이 피사체인 경우, 원하는 순간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의 조화를 완성도 있게 담기란 쉽지가 않다. 

부라노섬은 아무렇게 널어놓은 빨래 마저도 그럴싸한 피사체로  만들어주는 포토존 천국이었다. 집 앞에 툭 세워둔 자전거, 각양각색의 창문들까지 쉴 새 없이 화려하고 감각적인 피사체를 내어 놓는다.


단연 파란색 벽면이 섬과 바다의 색감을 뽐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는 그저 셔터를 눌렀을 뿐인데  골목 풍경 그 자체가 아름다운 순간을 내어준다. 


골목골목을 걸을수록 아름다운 색감이 주는 쾌감에 빠져든다. 카메라 렌즈 너머 피사체를 느슨하게 관찰하며 시각적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어 본능적으로 셔터를 미친 듯이 누르게 된다. 

아름다움을 좇다 보면 어느새 잡념은 사라지고 때론 심란한 마음이 평온한 상태로 바뀌기까지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컬러풀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칙칙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기민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친절하다고 한다. 창의성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알록달록 색깔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왠지 이 부라노 섬에 사는 주민들도 마음씨 상냥하고 개성이 넘칠 것만 같다.  

개인적으론 고심하지 않고 같은 피사체를 여러 번  찍어서 양으로 승부하는 사진촬영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진계의 바이블이자 거장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처럼 결정적 한 컷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진정성 있는 사진을 신중히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마추어 사진가 입장에선 셔터를 수십 번 누르고 많은 사진을 얻어야 그 중에서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한 장면을 여러 번 셔터 누르는 것 자체가 어쩌면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자신만의 시선을 연습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경험 상 많이 찍고 연습해볼수록 좋은 구도나 멋진 피사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솔직히 디지털카메라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하고 흔들리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사진이면 바로 지우고 다시 찍을 수 있으니까. 

필름 카메라 였다면 필름 낭비가 무서워 아무래도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필름 카메라로 찍으면 필름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도 있고 한 컷 한 컷 신중히 찍는 맛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필름 카메라를 고집 하진 않아왔다. 디지털카메라가 주는 효용성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포토존 천국에서 역시나 난 필름과 현상비 걱정 없이 DSLR 카메라를 들고 셔터 난사를 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온 후로 사진을 막 찍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제 스마트폰까지 대중화가 되면서 그런 고정관념은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생각한다. 신중하게 찍은 사진이든 셔터 난사로 얻은 사진이든 둘 다 사진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순간을 영원의 기억으로 만드는 경험은 방법이 다를 뿐이지 어차피 똑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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