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피아니스트의 바비칸 솔로 데뷔공연에 가다
연주회에 가는 것은 내겐 언제나 늘 즐겁고 설레는 일 중 하나다. 내가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닌지라 독주회보단 오케스트라 공연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씨의 공연만은 언젠가는 꼭 한번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었다. 사실 그의 공연을 볼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불발되어 늘 마음한켠 아쉬움이 있던 연주자였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조성진이 영국에서 독주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여러 기대를 차치하고서라도 낯선 타국에서 우리나라 음악가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전투력이 솟아올랐다.
뭐든지 비싼 영국은 음악회도 무조건 비싸겠지...라는 알 수 없는 고정관념으로 사실 음악회 티켓을 열심히 찾아보진 않았었는데 조성진 독주회 덕분에 음악회 가격이 생각 외로 합리적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성진씨의 공연은 런던 Barbican centre에서 열렸는데 알고보니 영국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인 London Symphony Orchestra가 상주하는 공연장이기도 해서 LSO 연주회가 정말 좋은 가격으로 오픈이 되어 있어서 LSO 공연도 덤으로 두개나 예매해 두었다.
전투모드로 호기롭게 예매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막상 2시간여의 독주 공연을 초딩인 아들이 잘 견딜수 있을것인가..끝나면 너무 늦을 시간이라 귀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잠시 고민하는 사이 표가 이미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 잔여좌석이 3층만 남아있어서 어쩔수 없이 3층으로 예매했다. 3층이긴 하지만 바비칸 홀 자체가 시야를 크게 가리는 곳 없이 만들어져 있었고 오히려 피아노를 치는 손 모양은 잘 보여서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일단 예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모든것이 다 OK. (그래도 다음에 혹시 또 조성진을 볼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좀 더 앞에서 보고싶다..)
기대 속에 봤던 그의 연주는 그저 좋았다는 이야기말고는 할 수 없을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음악의 강약을 조절하고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만큼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물 흐르듯 강약을 넘나드는 표현과 여러 건반을 눌러도 뭉게지는 소리가 없던 연주는 왜 그가 라이징스타에서 거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공감하게 해 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 정면과 왼쪽, 오른쪽을 향해 나눠서 정중히 인사해주던 그의 매너도 너무 좋았다.
거의 2천석이 가까운 공연장이 매진되었다고 하던데 체감상 런던에 사는 한국인들은 다 오신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한국인들이 관객석을 채웠다. 그렇다고 '한국인들만' 있었던 공연은 아니었다. 한국인만큼의 많은 외국인들이 관객석을 채웠는데, 3층에 앉아 1층까지의 관객석을 쭉 내려다보며 혼자 왠지 모를 희열감을 느끼며 속으로 웃었다. 엄밀히 말하면 서양악기를 연주하는 동양인 연주자에게 환호하는 모습을 영국에서 직접 본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일이었다.
어제의 공연에 대한 연합뉴스 기사를 읽어보니 조성진씨가 외국에서 연주할때마다 한국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줘 힘을 받고 감사하다고 인터뷰 했던데 나 또한 개인적으로 내가 영국에 있을 지금 이 시점에 런던에서 연주해줘서 참 고맙고 힘이났다. 그의 감동적인 음악을 듣는 것과 동시에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런던의 큰 공연장을 메울만큼의 많은 한국인들이 함께 영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나라 예술가를 열렬히 환호하는 외국관객들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귀와 마음이 호강하고 힐링됬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