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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May 24. 2024

전원주택 로망스

낭만있는 영국의 2층집 하우스 생활

 요즘들어 영국 곳곳에 아파트 형태의 '플랏' 이 많이 신축되고 있지만, 여전히 영국인들의 선호 주거형태는 우리가 주택이라 부르는 '하우스' 인 것 같다. (형태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통 2층 이상의 주택을 하우스라고 함) 처음엔 출발 전부터 확정된 이 '주택생활' 이 또 하나의 부담이자 스트레스였다. 여태껏 늘 아파트에서만 살아왔고, 주택에서 산다는 걸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 도착해서 직접 집들을 보니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주먹으로 몇번 치면 넘어갈 것 같은 허술한, 있으나마나 한 낮은 펜스는 언제든지 밤선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훌쩍 뛰어넘어 우리집으로 들어올 수 있을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좀도둑들이 정말 많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주택생활이었지만 예상과 다르게 하우스 생활은 참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층간소음이 없으니 삶의 질이 한껏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거실에 앉아만 있어도 밤 늦게까지 들려오는 여러 소음과 가로등 불빛들로 눈과 귀가 시끌시끌했지만, 하우스가 밀집되어 있는 주택가 거리는 하루종일 쥐죽은듯 고요해 처음으로 소음과는 동떨어진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다만 위아래 층간소음은 없으나 옆집과 벽을 공유하는 세미 디태치드 하우스에 살고 있기에 약간의 벽간 소음은 존재한다. 그렇기에 좋은 이웃을 만나는 건 한국만큼이나 여기서도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다행히 크리스마스나 새해 혹은 서로의 기념일에 소소한 선물을 주고받을만큼의 좋은 이웃을 만나 벽간소음이나 기타 다른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이 살았고, 우리 또한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에는 심한 소음을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생활하는 것도 은근 해볼만한 낭만적인 경험이다. 보통 저녁 전까진 1층에서 생활하고, 저녁 이후로는 2층에서 생활하는데 뭔가 생활권이 구별된 느낌이 들어 신선하달까...?


크든 작든 우리만의 가든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또한 하우스가 주는 큰 장점 중 하나다. 해가 늦게까지 떠있는 계절 좋은 여름철이 되면 아이가 축구를 하거나 같이 배드민턴을 칠 수도 있고 골프 연습도 무리없이 할 수 있다. 냄새 신경 쓸 필요없이 숯불을 피워 바베큐를 해먹고, 불멍을 즐기기에도 좋다. 이것도 살다보니 느낀 장점이고, 첨에 막 우리집에 들어왔을 땐 주변이 다 풀과 나무들인데다, 방충망이 없는 창문이 일반적인 곳이라 혹시 집안으로 쥐같은 것들이 들어오진 않을지 이런 사소한(?) 것에 엄청 신경을 썼다. 하우스가든에서 쥐를 본적이 있고 심지어 집 안 구석에서 쥐의 배설물까지 봤다는 분들이 꽤 있으셔서 굉장히 주의를 기울였는데 다행히 살면서 집안은 물론, 가든에서조차 지나가는 쥐를 본적은 없다. 날마다 각 하우스를 순찰도는 이웃집 고양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 고양이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의외로 3년 내내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이 있는데 바로 '바퀴벌레' 다.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는 살아남는다는데 이 하우스에서는 코빼기도 안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퀴 대신 집안에서 흔히 발견되는 곤충은 있다. 바로 거미! 크기도 모양도 꽤 다양한데 정말 큰 것으 아이의 손바닥만한 대형거미들도 가끔 나온다 ㅋㅋ 그런 것들이 도대체 집안 구석 어디서 기어나오는지 볼때마다 신기하기까지하다. 습하고 어두운 날들이 많아서 거미가 좀 더 서식하기 쉬운 환경인것인지...? 여튼 바퀴냐 거미냐 누가 선택하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주저없이 거미를 선택하겠다 ㅋㅋ 갑자기 달려들지도 않고 잡히기 직전까지도 도망가지 않는, 아주 순한 곤충이기 때문이다 ㅋㅋㅋ.



하우스의 단점이라면 단연코 "추위"와 "한기". 100년전에 지어진 집들도 많다보니 단열이 잘 안되는 집들이 대부분이라 난방을 해도 밖으로 열기가 다 빠져나가버려 한여름의 일주일 정도를 제외하면 늘 집안 공기가 서늘하다. 최근에 지어진 플랏에 놀러가보니 난방을 하지 않아도 실내 온도가 최대 25도까지 유지될정도로 단열이 좋아 내심 놀랬던 적이 있다. 하우스의 모든 장점을 뒤로한채 오로지 추위때문에 플랏으로 이사가시는 분들도 있는 것을 보면 따뜻함이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늦가을과 겨울이 훨씬훨씬 긴 영국의 특성상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늘 신경써야하는 문단속 또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외출할 때마다 창문과 가든문을 하나하나 다 확인하고 나가야 한다. 사람을 해치는 경우를 제외하고 좀도둑은 여기 경찰들이 세세히 신경쓰지도 않기에 우리 스스로 조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현지인 분들은 사비로 문 앞과 가든에 방범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머무르는 동안 어떤 주거형태의 집을 구할 것인가 고민하시는 분들께 주저없이 하우스를 선택하시길 추천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정말 누려보기 어려운, 그동안 우리 머릿속에 있던 전원주택2층집 로망스를 영국 하우스는 모두 다 빠짐없이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우리가 살던 아파트로 돌아간다면 어쩜 예전과는 다른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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