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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Mar 25. 2024

아 목동아 아닌 오 대니 보이

대니 보이의 직업은 목동이 아닙니다. 푸른 초장에서 소와 양에게 한가로이 풀을 뜯기는 목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총을 든 솔저입니다. 아일랜드 하면 그림 같은 초록빛 초원이 연상되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민요 <대니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아 목동아>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불리게 된 듯합니다. 그 노래에서 목동으로 둔갑한 대니 보이는 사랑하는 애인과 죽음을 오가는 슬픈 사랑을 나눕니다.


솔저 <대니 보이>는 조국인 아일랜드를 위해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1175년 이후 800년간 영국의 식민지로 길고도 지난한 전쟁과 독립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일랜드입니다. 드디어 그런 비극의 역사를 종결하는 최후의 전쟁이라고 할 1919년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통해 그 나라는 비로소 1921년 자유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1937년 헌법을 공포해 완전한 독립국가임을 대외에 선포하였습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그 섬의 북쪽에서는 계속 성이 울리다가 1985년이 돼서야 영국과 최종 협정을 맺으며 양국은 북아일랜드 문제까지 완전히 마무리지었습니다.      


<대니 보이>는 이런 배경 하에서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애달픈 심경을 담은 노래입니다. 1913년 발표되었습니다. 그녀는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자나깨나 그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원합니다. 그러다 그러다 그녀는 기다림에 지쳐 결국 죽고 맙니다. 한을 안고 죽은 것입니다. 이후 아들이 돌아와 그녀의 무덤에 무릎을 꿇고 엄마를 찾을 때가 돼서야 그녀는 비로소 안심을 합니다. 엄마는 죽어서도 사랑하는 아들 대니 보이의 무사 귀환을 기원한 것입니다.


아래 영문은 <대니 보이> 중 뼈대 가사만 발췌한 것입니다. 가사 속 'I'가 엄마입니다.   


The summer's gone and the roses falling.

It's you, it's you must go and I must bide.

It's I'll be here in sunshine or in shadow.

All the flowers are dying and I am dead.

You'll come and find the place where I am lying.

And knell and say an Ave there for me.

And I shall hear though soft you tread above me.

And all my grave will warmer sweeter be.

Oh, Danny Boy, I love you so.


<대니 보이>를 소환한 것은 지난주 그 곡을 라이브로 들었기 때문입니다. 전쟁 종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작은 무대에서였습니다. <대니 보이>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누가 뭐래도 색소폰 연주가 제맛일 것입니다.


아래 영상은 국내 색소포니스트 중에서 제 귀엔 가장 담백한 톤으로 들리는 김은산 색소포니스트의 그날 연주곡입니다. 그는 제가 일전에 이곳에 쓴 <금과 목의 경계 색소폰>이란 글에서도 소개한 연주자입니다. 금은 금관악기이고 목은 목관악기인데 그가 어느 한 편 치우치지 않고 그 두 특성을 다 살려서 연주하는 색소포니스트라고 했습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그의 <대니 보이>는 상대적을 덜 재지(jazzy)하고 덜 끈적입니다. 그 곡에 앞서 역시 평화의 노래인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연주됩니다.    


http://naver.me/xyl3VPx7


* 벨기에 사람 색스(Sax)가 만든 색소폰(saxophone)은 우리말로는 하나로 부르면서 쓸 때는 참으로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는 악기입니다. 색소폰 섹소폰 색서폰 섹서폰 색스폰 섹스폰 쌕소폰 쌕쏘폰 쎅소폰 쎅쏘폰 쌕서폰 쌕써폰 쌕스폰 쌕쓰폰 쎅스폰 쎅쓰폰.. 그래서 학교에서 선생님이 주관식으로 문제를 내기가 난감한 악기이기도 합니다. 바른 표기는 색소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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