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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앤비 Oct 05. 2020

구멍 난 나뭇잎

모태신앙으로 자라왔지만, 나는 거의 이십 대 중반까지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하나님을 전해 들었다. 목사님 설교를 통해서, 기도 잘하시는 교회 집사님 통해서, 신앙 간증을 통해서…


그렇게 전해 들은 하나님은 엄격하신,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감시하는 전지전능하신 분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힘든 순간들마다 지인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기도를 부탁하는 것도 자존심도 상하고, 서럽기도 했다. 어느 날 남자 친구와 직접 데이트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중간에 낀 채 대화를 주고받는 것과 같다는 어느 목사님의 설교에 이런 식의 신앙은 크게 잘못된 거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기도를 어떻게 시작하는 건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그저 속으로 끙끙 앓다가 푸념식으로 기도를 시작해봤다.  


“하나님 제 맘 아시나요?”


예전에는 그냥 이 문제 좀 해결해주세요. 왜 이렇게 인간관계가 어렵죠? 저 좀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대부분인 기도였는데, 이리저리 치이면서 힘이 빠진 뒤라, 그런 기도는 사치일 뿐, 그저 하나님만 계속 부르는 기도만 하게 되었다.


기도를 시작한 지 하루 이틀 지나가지만 뭔가 변화한 것도 없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도 없었다. 어느 날 집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혼자 처량히 벤치에 앉아있지만, 마음속으로는 계속 하나님께 수다스럽게 내 마음을 토로했다.


“하나님 이런 상처들이 쓰라리네요. 마치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아요.”


마음속에 고인 감정들을 털어놓고 나니, 한결 편안해진 건 있었다. 하늘이 맑고 화창한 날이라 벤치에 누워 머리를 식히려고 하늘을 봤다. 구름 한 점 없이 쨍한 하늘이 참 예뻤다.


그때, 벤치를 가려주던 나무의 나뭇잎 사이로 빛이 지나 눈이 부셨다.


별을 수놓은 듯이 반짝이던 그 나뭇잎… 


자세히 보니 벌레들에 의해, 손바닥만 한 잎에 수십 개의 구멍이 있는 나뭇잎이었다.


“네 마음의 구멍도 별처럼 빛날 거야”


마음의 구멍(상처)은 하나님 안에서 회복될 때 
주님의 사랑이 통과하는 통로가 되고, 그 따스한 빛이 빛나는 별이 될 수 있겠구나.
자연에서 주님을 만나는 경험이라니! 그 나뭇잎을 통해 주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 욥기 23:10 말씀처럼, 시험과 연단을 통해 정금같이 나온다는 말씀이 이런 의미겠구나.


나를 세상의 빛으로 보내신 주님… 그런데 내가 너무 드러나면 세상에 빛이 될 수 없을 테니, 나의 힘을 빼기 위해서, 나를 연단하시는 주님의 참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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