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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앤비 Oct 19. 2020

동서의 또 다른 이름

남편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결혼 후 도련님이라 부르고 있지만, 어색한 새댁에게 조금은 편하게 대해주려 노력하던 도련님은 언제나 내게 고맙고 친근한 분이었다. 


언젠가 도련님도 결혼을 하겠지.. 그럼 나는 겨우 적응된 시댁 가족과의 관계가 새로운 사람, 동서의 등장으로 새로 적응을 해야겠구나 싶었다. 내 편한 대로 라면 이대로가 좀 유지되길 바라면서, 종종 하나님께 아직 만나지 않은 동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솔직히 고백했다. 


결혼 6년 차,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도련님이 결혼할 예비 신부를 데려왔다. 낯선 그 분과 앞으로 형님과 동서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부담되게 느껴졌다. 모태신앙으로 자랐으나 신앙생활에서 빗나가 있던 도련님과 논크리스천인 그분이 가정을 이룬다는 사실이 걱정되어 틈틈이 그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부디 믿음의 가정을 세울 수 있기를!


그 역할이 내가 될 거란 상상도 못 한 채…


결혼을 3~4개월 남겨두고, 시부모님 역시 신앙으로 가정을 세우지 못할까 우려하던 차에 큰아들인 신랑과 내가 함께 고민하다가 우리가 출석하던 교회에서 진행하는 멘토링식 성경공부를 함께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멘토와 멘티의 1:1 양육 프로그램이라서 형이 동생에게, 예비 형님이 예비동서에게 성경을 가르쳐주면 어떨지 이야기가 흘러갔다. 이제 내 결단이 중요했다. 매주 2시간씩 12주를 주제별로 말씀과 나눔을 하는 과정이기에 부담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것이 내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망설임도 잠시 해보겠다고 이야기했고, 도련님과 예비동서도 임박한 결혼 준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시간을 조율해 멘토링을 받겠다고 했다. 


우리는 예비부부에게 쉬운 성경과 교재를 선물했다. 그녀 인생의 첫 성경책이었고, 매주 예습하고 말씀 찾아 적기, 말씀 암송을 과제로 해야 했다. 


첫 주제인 원죄부터 예비동서의 논크리스천의 관점으로 던지는 질문들은 꽤 신선했고 공격적이었다. 믿음의 가문으로 시집을 오기로 결정한 그녀에겐 이것이 평생 신앙을 갖고 붙잡아야 할 진리인지 제대로 깨우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매번 멘토로서 복음을 이야기할 만큼 나 스스로 확신이 있는지 도전을 받았고, 그녀에게 산 믿음으로 답해줄 수 있음을 감사했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 기도, 사명, 영적 전쟁, 균형 잡힌 신앙생활 등 하나하나 교재의 정해진 주제로 말씀을 나눌 때마다 예비동서는 성실한 예습으로 이해되지 않은 것들을 다 질문했고 나는 그녀의 입장에 공감하며 충분히 말씀과 간증으로 이해하기 쉽게 답해주었다. 처음엔 낯설고 까마득해하던 복음을, 신앙의 본질을 붙잡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은혜 그 자체였다.   


그녀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그녀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어느 순간 예비동서에서 주 하나님 아버지가 맺어준 영적 자매라고 느껴졌다. 결혼, 임신, 출산이라는 여자로서 중요한 삶의 기로에서 느낄 설렘과 긴장, 걱정들까지 인생의 몇 년 선배로서 위로하고, 아낌없이 조언하고, 함께 기도했다. 


결혼 전 10주 코스를 마치고, 결혼 후 나머지 2주 코스를 진행해 오늘 비로소 마지막 멘토링을 마쳤다. 오늘의 마침 기도를 그대로 남겨본다. 


“하나님 12주의 멘토링 과정을 은혜롭게 마치게 하심 감사합니다. 저희가 형님과 동서의 관계로 인연을 맺었지만 하늘 아버지의 딸들로 영적 자매임을 고백합니다. 저희가 딸,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삶을 살아갈 때에 서로 격려하고 영적으로 교제하는 관계가 되게 해 주시고, 이 땅에서 삶을 다하는 그 날까지 함께 믿음의 경주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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