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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정 May 27. 2024

기도하는 법

20130129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십니까.

기도하면서 왜 걱정하십니까."

어려서  즐겨 부르던 복음성가의 구절이다.


기도를 배우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었음을 나중에 깨달았다.

처음엔 기억나지 않는 죄를 빌고 빌었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이런 병을 얻고 이런 나락에 빠질만한

그런 오만하고 나쁜 사람이었을 거라고 과거를 나를 단정지으면서

이유를 모른 채 하늘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는 세월이 한참 흘렀다.


절벽에 둘러쌓인 바다로 걸어들어간 어느새벽...

울음은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절벽 사이에 갇혀 웅웅거렸다.

내 기도는 결코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머리 언저리에서 빙빙돌다 가라앉을 뿐,

구원받지 못할 것이란 절망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던 날들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왜 기도하는 사람들이 두 손을 맞잡는지를 알게 되었다.

하나의 자기를 다른 하나의 자기가 꼭 잡아 주는 것이란 것을...

그리고 점점 더 나의 기도는 하늘이 아닌 내 안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기도는 간구하고 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설득해서 믿게 하는 작업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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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삶에서 배운 것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기도하는 법,

기다리는 자세,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죽기를 포기하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눈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읽는 법,- 눈 속에는 살아온 날들과 기억, 겪은 감정들이 다 들어있다는 것-

나를 내보이지 않고 적당히 가리는 법,

보이는 것들을 읽어내면서 안 읽는 척 하는 법,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법,

나에게 좋은 자리를 주고 잘 보살펴 주는 법...

느리고 게으른 자세,


나는 이것들을 일일이 부딪히고 망가지는 모양 빠지는 방법으로 배워왔다.

그런 방식으로  이룬 사소하고 세밀한 방법론들은  나의 긍지가 되었다.


탑돌이를 하듯 세상 언저리를 맴맴돌며 반생을 살았고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는 기도만 10년쯤 해왔다.

여리고성을 7일동안 돈 유대인들 앞에

기적처럼 성곽이 무너졌듯,

어느날 갑자기 한 번의 뿔피리 소리에 생을 가두었던 벽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지금, 곧... 되고 있다,

진정한 믿음은 믿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것.

진정한 믿음은 그냥 느끼는 것.

기도가 실현되는 순간의 기적은 바로 그 "느낌"에 있다.


걱정하는 순간의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자기 안에 이루어져서 安心할 때, 기도는 눈 앞에서 실현된다.

기도는 누군가가 소원을 들어 이뤄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자기 안에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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