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과 청년 정신 건강의 새로운 접근
“상담센터는 너무 멀고, 전화는 부담스러워요. 그냥 채팅으로 말 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3세 청년 A 씨는 대학을 중퇴한 뒤 2년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가족과의 대화는 줄었고, 친구와의 연락은 끊긴 지 오래다. 하루 대부분은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며 SNS나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간접적으로 연결되지만, 그마저도 점점 피로해지고 있다. A 씨의 아버님은 “우리 집에 곰 한 마리 키우고 있다.”라고 말하며 한숨 쉰다. 외부 생활을 접고 은둔 생활을 하니 부모님이 일터로 나간다. A 씨는 부모님께 면목 없고, 자신이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던 중 그는 SNS에서 ‘마들렌’이라는 이름을 접했다. 보건복지부가 시범 운영 중인 고립, 은둔 청년 대상으로 하는 SNS 기반 상담 서비스다. ‘마들렌’은 청년들이 익숙한 디지털 환경에서 전문가와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된 서비스로 카카오톡 기반 채팅을 통해 정신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A 씨는 처음엔 망설였다.
“내 얘기를 누가 들어줄까?”라는 불안이 더 컸다. 하지만 ‘마들렌’은 익명 채팅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전문 상담사가 실시간으로 응답했다.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준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결되어 정기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상담사는 A 씨의 일상 회복을 위해 목표를 함께 설정했고, 그는 점차 하루의 리듬을 되찾고 있다. 아직 외출은 어렵지만, 그는 언젠가는 친구를 만나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A 씨의 상담은 디지털 상담이 고립된 청년에게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기존의 대면 상담이 부담스럽거나 접근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비대면, 익명성이란 특성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상담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낯선 공간에 가야 하는 점과 본인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는 심리적 장벽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청년이 A 씨처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상담의 질, 개인정보 보호, 지속적인 관리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특히 디지털 상담이 확대될수록 상담사의 전문성 확보, AI 기반 상담의 윤리적 기준, 상담 이후의 연계 체계가 중요해진다. 단순히 말을 들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청년의 삶을 회복시키는 구조적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 청년 정신 건강 예산 확대 및 지역 센터 인력 확충 : 상담 수요에 비해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 디지털 상담 플랫폼의 전문성 인증 및 관리 기준 마련 : 상담 품질을 보장하고 이용자의 신뢰를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 청년 대상 정신 건강 교육 및 인식 개선 캠페인 강화 : 정신 건강은 관리해야 할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청년의 고립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연결할 것일까의 문제다. A 씨의 사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마들렌’은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청년들이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길목에 서 있다. 그 길은 기술이 아닌 공감과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2025. 11. 20. 서대문 자치신문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