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회고전 - 전시 감상
<김창열>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간: 2025년 8월 22일 ~ 2025년 12월 21일
떡메 같은 걸로 나를 부숴 주십시오
아니면 잠시라도 좋으니
바위처럼 우뚝 서 있어 주십시오
스스로 부딪쳐서라도 이제는
유리처럼 얼어붙은 내 갈피를
산산이 부숴야겠습니다.
꽃잎 같은, 나비 같은
희한한 것들이 부서져 나르면
그 밑에 이름 알 수 없는 꽃들이
소란히 피어나고
철철 꽃물이 흘러 고이는 가슴
그러한 모양으로 있어야겠습니다
떡메 같은 걸로 나를 부숴 주십시오
아니면 바위처럼 우뚝 서 있어 주십시오
제일 좋기야 따뜻한 당신의 가슴입니다만
헤아릴 수 없이 쳐내고 쳐내어,
피투성이 상흔이
맑고 투명한 물방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부서짐을 지나왔을까.
말하지 못하고
보이지 못한 눈물이
깊고 너른 바다를 이루었으리라.
짙고 무거운 한 방울이
굽은 그의 어깨 위에서
천천히, 끝내 흘러내린다.
그의 물방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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