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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ue the music

라흐마니노프: 바람이 지나간 자리

교향곡 2번 3악장

by runnersst


미어질듯한 아름다움을 조용히 품은 채,

갈 곳 잃은 태풍의 끝자락.


모든 것이 지나간 자리.

버티고 선 작은 오두막 하나.

그 안에 조용히 앉은 그를 만난다.


거센 바람이 쓸고 간 자리에

뜨거운 햇살만이 고요히 배어든다.

일렁임이 가라앉고,

고독은 어느덧

그 자체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다시

너른 들판에 선다.

그리고 낮은 하늘을 바라본다.


라흐마니노프의 마른바람 속에

잠시 머무르며

냉기 가득한 그의 손 위에

내 두 손을 조심스레 포개어 둔다.



Rachmaninov_Symphony No.2 3rd Movement

https://www.youtube.com/watch?v=h-t3Q6s7qvc&list=PL3PZpx0SygN4KNOxFUM3cVfAjqIwH8iyM&index=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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