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파이터를 보고
'스테이지 파이터' 프로그램이 현재 방송되고 있다.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의 세 장르의 남자 무용수들의 경쟁 프로그램이다. 당연히 순위가 있고 탈락도 있다. 잔인한 평가와 심사위원들과 대중의 픽을 받아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몸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리스펙이 있다. 운동선수들, 무용수들이 대표적이다. 호기심에 보게 된 프로그램을 매주 챙겨서 보고 있다. (프로그램의 종료를 기다렸다가 하루, 이틀 시간을 내서 한 번에 보는 것이 내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좀 다르게 보고 있다.)
처음에는 각 장르의 차이를 보게 되었다.
발레리노들의 우아한 몸짓, 한국무용만의 가슴 쿵쿵거림, 현대무용의 말도 안 되는 테크닉을 보면서 이번엔 어떤 이가 스타로 등극하게 될까를 점쳐보기도 한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된 후에 방송을 시작하기 때문에 편집된 부분을 보면 대강 누가 어떻게 될 것이 보인다. 모든 방송 프로그램은 스타를 만들어야 성공하기 때문에 편집을 그렇게 하게 된다. 이번에도 몇 명이 보인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인생이 바뀌게 될 사람.
처음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왜 섞일 수 없는 세 장르인가. 이 분들을 경쟁시키고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어떻게? 각자 사용하는 근육도 다르고, 표현도 다르고,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도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회가 진행된 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각자 다른 장르, 어쩌면 지금까지 전공분야 외의 것들을 접하지 못했을 텐데 꽤나 즐거운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프로그램이 중반을 넘어설 때는 이제 더 이상 서로를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어쩌면 다른 장르이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무용수 들만이 느낄 수 있는 동료의식이랄까.. 표현력이 부족한 나의 글솜씩 부끄럽다.
이번 주 프로그램에서는 각각 조를 나누어서 작품을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주인공이 있고 근무가 한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한 작품을 위해서 누가 주인공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이 완성된 작품에서도,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도 보인다. (물론 편집의 의도라는 것도 알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
데드라인이 있다.
함께 할 동료가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다.
함께 좋은 무대를 만들고 최선을 다한다.
숨이 가빠오고
땀이 비 오듯이 내리지만 희열을 느낀다.
그렇게 나를 던질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근사하고 멋지게 무대를 끝낸 그들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평온함이 보인다.
나는 살면서 자신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몇 번이나 만났는가?
학교를 다니면서 만날 수도 있고, 누군가가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본인이 선택해야 하고 그 순간을 만나기 위해서 용기를 내어야 한다. 타인과 경쟁을 해야 하고, 그것보다는 자신의 바닥을 스스로에게 들켜야 한다. 도망가지 말고 받아들이고 나를 던져야 한다.
나는 대단한 이유를 만들면서 잘 피해 갔던 것들도 있었다. 도망갈 수 없는 것만 어쩔 수 없이 통과하면서 말이다. 좀 슬프네. 그때 이런 것을 알았어야 했다. 어리석게도 그땐 몰랐다.
아류작들이 무수히 나오고 있는 흔한 컨피티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슴이 쿵쿵 뛴다. 나의 모든 것, 잠재력까지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일은 이제 어떤 일이 있을까? 찾아보자. 그리고 이제는 나를 던져보자. 용기를 내어보자. 한 발자국만 나가자. 작은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서 성공을 모아보자. 끈끈함을 느낄 수 있는 나의 친구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