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합니다.

어쩌다 말도 안되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저의 이야기 입니다.

by 장보라

2024년 5월 14일 동네 화실에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원데이 클래스를 받기 위해서였어요. 그날 처음 붓을 든 제가 정확히 1년이 되는 2025년 5월 14일에 전시회를 하게 됩니다. 똥손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자랐어요. 하지만 그림에 대한 재능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피아노 학원도 1년을 졸라서 조금 다닐 수 있을 만큼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았거든요.


살면서 아주 작은 소망이 하나 생겼어요. 그건 그림 그리는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 백발이 있지만 왠지 귀엽고 작은 할머니가 커다란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스러운 미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건 어찌해보겠는데 그림은 영 자신이 없었습니다.


꽁꽁 숨겨놓은 욕망은 언젠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가슴속 깊이 아무도 모르게 숨겨놓았던 나의 욕망은 서서히 머리를 들기 시작했어요. '해봐. 머 어때.' 하는 마음으로 동네 문화센터의 작은 클래스 들을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이거 아니지. 역시 나는 이건 안되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소심하게 다가간 거죠. 그러다가 그래 한번 해보자.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물감수업을 받아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에 이젤을 놓고 아크릴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직 상상하기 어려운 커다란 일 저지름이었어요. 그래서, 몸만 가면 그곳에 가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어요. 한 번만 경험해 보자.


정확히 1년 전인 2024년 5월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두들리에'의 문을 엽니다. 이미 그곳에는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몇 분 있었어요. 저의 눈에는 모두 대단한 작가님들로 보였습니다.


'우와 너무 멋지잖아.'


동네화실, 커다란 이젤, 작은 캔버스, 다양한 물감들. 하지만 저를 가장 설레게 하는 건 앞치마였어요. 그거 있잖아요. 미대 언니들이 하는 물감이 잔뜩 묻은 커다란 앞치마. 그걸 입는 순간 왠지 벌써 화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하루에 하나의 캔버스를 완성할 줄 알았어요. 원데이 수업만 해 볼 생각이었거든요.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그림이 뚝딱 그려지는 줄로 알았습니다. 2시간 동안 그것도 처음 온 초보가 말이죠.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대강의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짜고 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재미있고 신이 났어요. 당연히 며칠 더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그 그림을 완성을 하고 싶었거든요.


처음 경험하는 아크릴 물감의 텍스쳐는 참 좋았습니다. 신기했어요. 어릴 적 수채화 물감에 대한 기억밖에 없는 저에게 물감은 참 어려운 존재라고 기억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 미술시간은 공포 그 자체였어요. 아니 수치였다고 하는 게 더 나을 듯합니다. 고등학생 때, 정말 키도 작고 못생긴 남자 미술 선생님은 아주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4절지에 그림을 그리게 하고는 턱 밑에 그림을 들고 서있게 했어요.


"너는 이 그림을 발로 그렸니?"

"비율이 이게 머니?"

"색이 엉망이쟎아?"

이런 식의 나쁜 소리만을 계속 토해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 않았을까요? 학생용 얇은 도화지에 안 되는 스케치를 하느라 계속 연필로 생채기를 내고 지우개로 빡빡 지우고 나면, 이미 종이는 상처를 받을 만큼 일어나 있을 텐데, 거기에 물을 흠뻑 적신 수채물감으로 채색을 했으니, 종이가 울고 일어나고 난리가 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지금도 꼭 그렇게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왜 그랬을까? 싶은 원망이 들곤 합니다. 그렇게 한 번도 행복하거나 즐겁지 않았던 미술 수업시간에 대한 기억은 붓질에 대한 두려움만 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됩니다. 마음에 안 드시면 마른 후에 다시 채색하면 돼요."

"정말로요?"


그렇게 저의 아크릴 물감에 대한 애정은 시작됩니다. 틀려도 된다. 지금 생각하면 이 말도 이상하지만, 틀리는 게 머죠? 맞고 틀리는 것에 아주 익숙하게 지내왔으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저렇게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다. 예쁘다."


원하는 색의 물감을 짜고, 살짝 물을 묻혀서 다른 색과 섞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캔버스에 칠할 때는 떨리고 이게 맞는지 몰랐지만 그저 신기했어요. 왜 항상 머릿속에는 맞고 틀리는 것이 중요했을까요?


다시 이틀 후에 같은 시간에 올 것을 약속하고 화실을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신기합니다. 어떻게 '두들리에'에 가게 되었을까? 사람의 인연은 정말 신기합니다. 그 인연들이 모여서 첫 번째 전시회를 앞두게 되었어요.


Encore : Spring 다시 봄.

2025년 5월 14일(수) ~ 19일(월)

갤러리 H (인사동)


궁금하시나요? 저의 미술이야기는 이제 시작합니다. 아마도 이런 마음을 숨기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저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를 '똥손'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세상에 똥손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랑 지금의 제 실력이 얼마나 늘었을까요? ㅎㅎㅎ


생각을 바꾸니 그림이 그려지더라. 그리고 행복하더라.


매일 저의 이야기를 써볼게요. 내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