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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Dec 01. 2024

나도 할 수 있다, 홈베이킹(10)

-생크림 단팥빵-

어릴 적엔 팥이나 콩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젠 나이 탓인지 팥도 좋고 콩도 좋다.

특히 팥으로 만든 음식은 찾아다니며 먹을 정도로

좋아하게 된 식재료 중 하나다.


빵에도 단팥이 들어가면 맛이 있다.

너무 달지 않고 적당히 단 단팥은 빵의 풍미를 한층 더 올리는 역할을 한다. 거기다 부드러운 생크림을 곁들이면,

부드러움과 달콤함과 빵의 포근함이 어울려

입안에서는 환상의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 분명하다.


오늘 만들 빵은 생크림 단팥빵이다.


빵의 반죽은 날씨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지금처럼 겨울에는 반죽의 온도가 잘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반죽기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

반죽에 버터가 잘 섞이도록 믹싱하고 글루텐을 100프로 끌어올린다.

반죽은 매끄럽고 잘 찢어지지 않아야 한다.


발효된 반죽은 한 손으로 둥글리기를 해서 2차 발효를 거친다.

둥글리기한 반죽

둥글리기가 쉬워 보이는 것 같아도

겉면이 매끄럽고 동그랗게 둥글리는 과정이 쉽지 않다.

그래도 소꿉놀이 하듯  작고 동그란 반죽을 매만지는 것이 즐겁다.


동그란 단팥을 반죽에 감싸 넣는 것을 포앙이라고 하는데, (찾아보니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 같다)

반죽의 겉면을 누르고 뒤집어서 단팥을 올려 아래로 단팥이 들어가게 넣는 과정이다.

잘못하면 반죽이 찢어지거나 터질 수도 있어서

힘을 빼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빵에서도 숙련자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단팥이 다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만두처럼 오므려서 팬에 팬닝 한다.

만두같은 반죽하나가 제일 크게 보인다.

처음 한 것과 나중 한 것이 모양차이가 크다.

못생긴 반죽이 자꾸 눈에 띈다.

과연 저  반죽이 동그란 예쁜 빵으로 변신할까?

조금 삐뚤빼뚤한 모양도 매끈한 모양으로

변신하길 기대하며 15분을 기다렸다.


구워져 나온 빵

하나만 빼고 내가 만든 6개의 빵 중 5개가 매끈한 단팥빵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잘 식힌 단팥빵사이로 구멍을 뚫어

생크림을 넣었다. 아주 묵직한 느낌이 들게..


완성된 생크림 단팥빵

눈이 그친 다음날 빵을 만들러 가는 길은 빙판길이었다.

아슬아슬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발을 디딜 때는 괜찮았는데  방심한 틈에 길 한복판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빵을 만드는 과정도 비슷했다.

잠깐 방심했더니 반죽찢어지고 모양이 어긋나 버렸다.

오늘 포앙 하다 찢어져 만두처럼 돼버린 빵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너무 힘을 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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