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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리본 Jan 12. 2021

선생님도 엄마는 처음입니다.

여는 글

"무슨 일 하세요?"

"아, 네..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그래요? 어디요? 초등학교요?"

"네, 초등학교 교사예요."


나는 17년 차 현직 초등학교 교사다. 우리 반 아이들은 나를 '선생님'으로, 옆반 동료 교사들은 '샘'으로, 나를 모르는 누군가는 '선생' 또는 '교사'라 부르기도 하는 직업을 가졌다.


한 때 대한민국에서 여교사는 '신붓감 1위'라는 타이틀로 설명되곤 했다. 1997년 IMF 구제금융으로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이후, 소위 말해 철밥통이라는 공무원의 인기가 하늘까지 치솟은 덕분이었다. 고용 안정이 불안했던 시절이기에 안정적인 직장 생활과 퇴직 이후 연금까지 보장된 여교사들은 자연스럽게 예비 시부모님이 선호하는 1등 며느리감이 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여교사라는 직업이 가진 장점은 많이 희석되었다. 일반 기업체에서도 만 60세로 정년이 연장되었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작되며 매일 반복되던 야근이 줄었다. 공무원만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도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교사는 예비 시부모님과 예비 남편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으로 꼽힌다. 그것은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감당하기 어려운 팍팍한 요즘 시대에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며 비교적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돌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교육학을 전공했고,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 가르쳐봤으니 내 아이는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맡은 제자들을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한 공간에서 교육하는 것과 아침에 눈을 떠 밥 차리기로 시작해 아이의 하루 일과를 책임지고 저녁에 재우기까지 마쳐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다른 성격의 일이기 때문이다. 낳기만 했다고 진짜 '엄마'가 되지 않는 것처럼 선생님이라고 내 아이를 더 잘 돌보고 가르치는 탁월한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두 아이를 낳고 기른 지난 11년간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그러니 엄마 되기에도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먼저 아이를 키워본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이든, 육아 전문가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조언이든 닥치는 대로 듣고 읽고 배워야 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어제는 그래도 좀 잘했다 생각했는데 오늘은 완전히 실패한 것 같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배워나갔다.

선생님도 엄마는 처음이기에,

교육학을 전공했고 십 년 넘게 다양한 유형의 아이들을 수없이 만나 가르쳤지만

내 뱃속에서 나와 매일 살을 부대끼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함께 견뎌야 하는 내 아이는 처음이기에,


그렇게 오늘도 엄마 되기를 배워간다.

선생님도 엄마는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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