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Thank you”라고 했을 때
내가 한국에 처음 와서 느낀 건 한국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한테 감사 표현을 잘 안 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가 살던 캘리포니아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친절한 편이고, 쇼핑몰이나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자신의 뒷사람들을 위해서 문도 열어 주고 잡아주곤 하는데, 이럴 때 뒷사람들은 반드시 thanks라고 감사인사를 한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주거나 잡아주는 사람은 정말 정말 보기 드물며, 바톤을 이어받아 문을 잡아주는 사람은커녕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사람도 없다 (한 번은 아무도 이어받아주지 않아서 나 혼자 한 5분 가까이 문을 잡고 있던 적도 있다).
사실 이건 문화의 차이일 뿐, 한국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뭔가 모두들 바쁘고 급한 느낌의 맨해튼 같은 곳은 캘리포니아보다 한국과 훨씬 더 비슷하다.
이번에도 뭔가 잡설이 길었는데, 미국에서는 앞에 있는 사람이 문을 잡아주었거나 엘베 버튼을 대신 눌러줬다든지… 뭔가 사소한 호의를 보여줬을 때는 thank you라고 말해주는 것이 굉장히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누가 thank you라고 하면 과연 어떻게 대답할까? 한국에서는 누가 thank you라고 하면 you’re welcome이라고 하는 게 국룰인 것처럼 외우는데, 사실 일상생활에서 you’re welcome이라는 표현은 생각보다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물론 가끔씩 쓰이기도 하고, 사용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하진 않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thank you라는 말에 주로 어떻게 대답할까? 나는 주로 no worries, 혹은 no problem이라고 말하는 편이다. 뭔가 “천만에요”라는 느낌의 정중한 you’re welcome의 비해 훨씬 캐주얼한 표현인데, 약간 의역을 하자면 “별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정도라 볼 수 있겠다. 좀 더 원어민 같은 느낌을 내려면 줄여서 no prob이라 해도 된다.
아니면 sure thing (“이런 건 당연히 해줘야지” 느낌), anytime (“이 정도는 언제든지” 느낌), 혹은 my pleasure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뻐” 느낌) 역시 확실히 you’re welcome 보다는 많이 쓰이는 표현들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누가 고맙다고 했을 때 “천만에요”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생각하면 확 와닿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