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요양 시설에서 내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인생을 정말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면서 느낀 이 가치적 철학이 어쩌면 그 긴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삶의 뒤안길이 힘들고 고된 어르신들에게 나는 그저 더할 나위 없는 천사 같은 존재가 되었고
타인의 배려보다는 자신의 욕심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힘겨움을 안겨 주는 어르신들에게는 냉철함으로 어르신을 바라보고 대할 때도 있었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치매 어르신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고 어느새 세상에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순간으로 만들어가게 된 것 같다.
천사라고 표현한 것이 어쩌면 나의 자랑질 같은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
억지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그저 그런 어르신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쏟아나는 따뜻함이었다.
나는 내 아이들 똥도 거부감을 느끼며 기저귀를 갈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르신들이 실수한 똥에서는 절대 그런 거부감이 전혀 없다.
아이들이 먹던 숟가락은 나의 입에 가져가지 못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어르신이 드시던
숟가락을 나에게 드리 밀 때는 나는 어린아이처럼 넙죽넙죽 받아먹게 된다.
나 자신조차 신기할 정도다.
주위 사람들은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천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고 ,,,,
맞다,!!
나의 사주가 궁금해 몇 번을 철학관과 타로카드 등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하늘이 도와주는 일이라고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나에게 종종 이렇게 묻는다.
기가 빠지지 않냐고?
어르신들을 모시면 젊은 사람의 기가 어르신들에게 빼앗기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런 적이 있었나??
나는 어르신과 함께 있으면 마냥 아기가 되고 마냥 철부지 같은 아이로 변하게 되는데 기가 왜 빼앗기는 걸까?
또 다른 질문 중 하나는, 어르신들의 특유의 냄새가 어르신을 대할 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난 어르신과의 스킨십을 좋아한다.
끌어안고 얼굴을 비비고 손을 거침없이 쓰다듬는다.
어르신만의 냄새는 사랑으로 충분히 마주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로 봐도 나는 나의 일이 천직임은 틀 리 없는 것 같다.
내가 어르신들을 돌보며 또 하나 깨달아 가는 건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대한 무서움과 삶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힘없는 자신의 인생이 이제는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지고 있지만 그러함에도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은 무서우리만치 강하다.
그런 어르신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타인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많이 안아주고 많이 보듬어주고 더 많은 따뜻한 눈빛이 필요하다.
깊어진 주름살,
거칠어진 손 마디 마디가
굴곡진 삶의 흔적이지만,
한때는 그 누군가의 귀한 자식었고
부모였던 어르신들,,,,
사랑하는 사람의 귀한 사람으로
인생의 마지막 길도 귀한 사람으로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이러한 귀한 어르신들을 따뜻이 감싸 안을 수 있는 그런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기를
지금도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