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삶.....
삶의 긴 여정 속에 우리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는 내내 그 의미를 다시금 되내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오래전 엄마의 위암 선고, 수술 그리고 간암으로 전이되기 시작하면서
암의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모르핀 주사에 모든 것을 의지한 채 통증의 고통이 몰려올까 두려움에 떨었던 그
고통의 시간들........
암세포의 덩치 큰 고통의 덩어리가 한 사람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 또한 한 사람을 얼마난 처참하게 무너뜨리게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곳곳에 눈물이 아른거려 글자를 읽고 또 읽게 했던 시간이었다.
아팠다.
.....
그리고 경이로웠다.
.....
죽음 앞에서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고 삶의 가치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존귀함이라는 표현말고는 달리 다른 그 어떤 말로 찬사를 표현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런 분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있는 사람 모두가 시대를 잘 만난 사람들이라고 자칭하고 싶다.
죽음......
사람이 살아가면서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될까?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저 나약한 존재로만 느껴질 수밖에 없을진데, 어쩌면 타들어가는 육신의 고통을 이겨가면서도 이렇게 초연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그저 부럽다는 철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음 앞에서도 좋은 글, 좋을 말을 남기려는 그분의 삶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하는 그분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이생에 마지막 수업이 될 테니 가장 귀한 것을 주고 싶다고 했다. 어둠의 심연을 직면했던 현자의 눈에
파르르 지혜의 불꽃이 일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P23
마지막까지 귀한 것을 주고 싶다는 스승의 말.
한 권의 책 속에 모든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듯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한 글자 한 글자가 생명에 새겨지는 듯 곱씹고 또 곱씹게 되었다.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겨질 때마다 아쉬웠다.
읽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며 눈으로 마음으로 생명으로 느끼기 위해 글자 하나하나를 아끼고 아끼며 읽어 내려갔다. 단어 하나가 문장 하나가 너무나 고귀하여 벅찬 감동이 흐트러질까 조바심을 내면서 .....
하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아쉬움이 먼저 다가왔다....
거장이 사라졌다는 아쉬움...
좀 더 깊이 있게 읽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한참 동안 손에서 책이 내려지지 않았다.
수차례 책 모서리를 만지작거리고 수차례 책을 훑어보며 그 아쉬움에 한참을 헤매게 되었다.
선생이 씹어주는 지식으로 정신의 허기를 채우고
나눠준 음식으로 육체의 허기를 채운 날이면 한동안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 음식도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끼니 때가 되어도 주리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p127
얼마나 풍요로웠을까?
어린아이의 눈빛으로 마주한 스승의 행복한 진리의 가르침에 목마름도 허기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삶의 진리를 맘껏 느꼈을 작가의 모습이 이 문장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였다.
내 딸 민아는 죽기 전에 정말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네. 죽음에 맞서지 않고 행복하게 시간을 시간을 쓴 거야. 암에 걸렀어도 영적인 힘으로 그 아픈 4기가 지나
온몸에 암세포가 퍼지는데도 두세 시간을 강연을 했지. 육체가 소멸하기 마지막까지 복음을 전했고 기도드리고 쓰러져서 대여섯 시간 있다가 운명했다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p222
죽음은 절대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완성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끝까지 완수해 나가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참모습을 잃지 않는 것,
그 참모습은 비참일 수 있을 것이고, 고난일 수 있을 것이고, 참기 어려운 고통일 수 있을지라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힘겨운 삶을 유유히 이어 나갈 수 있는 강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인간은 고난을 통해서만이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런 참모습을 포기하지 않는 죽음을 당당히 맞이할 수 있는 삶.
그것이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임을 우리에게 온몸으로 보여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인간이 태어나고 수많은 세월을 거쳐 생의 마지막 죽음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삶,
그 당당함이란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기를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 속에서도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가르침이었지 않았을까??
큰 가르침 앞에서 그저 숙연해지는 스승의 가르침이 오늘이라는 하루의 선물 앞에 그저 감사하고 귀중함임을 또 마음에 새기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고난이라는 역경의 힘겨움일 것이고 또한 죽음이라는 가장 슬픈 고통의 현실이 닥쳐올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책을 덮는 순간만큼은 삶의 그 어떤 역경도 힘겨움도,
그리고 삶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도
조금은 옅어지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깨달음이 어느 순간에는 또 옅어질 것이고 그런 순간에 다가올 때쯤이면
나는 또다시 이 책을 다시금 펼쳐볼 것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삶의 진정한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쳐준 최고의 책으로 마주하게 된 지금 이 순간이 아직은 가슴 벅참으로 머물러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