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니정 Mar 29. 2024

말레이시아는 장애인을 포용하는 사회이다

사회적 포용 (Social Inclusion)

일본 대학원에 재학 시절 '포용적 교육 (Inclusive Education)'이라는 단어를 수업 때 자주 들었다.


왜냐하면 당시 나의 지도교수님이 '지속 가능 개발을 위한 교육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분야의 권위자 셨기 때문이다.


포용적 교육이라 함은 구성원들의 인종, 나이, 성별, 장애여부, 사회경제적 위치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한계요소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최대한 극복하고, 최선의 교육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주의이다.


이러한 포용적 교육을 통해서 최종적으로는 '포용사회 (Inclusive Society)'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Inclusive Education (from Kwizera Uwimana Josue)


말레이시아에서 살면서 고무적인 점은 이 나라가 상당히 '포용적 (Inclusive)'이라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일상생활에서도 흔하게 장애인 근로자분들을 접할 수 있다.


가장 쉽게는 배달 및 택시 앱인 '그랩 (Grab)'에서이다.


취직 첫 해 갑작스러운 무릎 수술을 받게 되면서 걸을 수 없게 되어 그랩에 의존해야 하는 때가 있었다.


그때 가끔씩 이러한 문구를 마주하게 되었다.


'This driver is deaf.'


부끄럽지만 사실 처음 이 문구를 받았을 때 나는 그 오더를 취소하려고 했었다.


청각 장애인인 드라이버가 과연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Cancel Booking' 버튼을 막 누르려고 했던 그 순간 대학원 시절 배웠던 '포용 사회 (Incluisve Society)'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배운 대로 행할 것이 아니라면 애초에 배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끝내 누르지 않았다.


마침내 배달을 온 기사님은 나의 우려와는 달리 여느 기사님과 다를 바 없이 완벽하게 업무를 수행하셨다.


 Deaf인 택시 기사님들도 마찬가지로 별반 다를 것 없으셨고 늘 아무 탈 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청각 장애인인 드라이버분을 만나게 되는데 생각해 보면 이 나라에서 지낸 2년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


그야말로 '프로페셔널 (Professional)'이다.



최근에는 비단 그랩 기사님들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수리를 하러 오시는 기사님들 중에서도 청각 장애인 분들을 뵐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여느 수리 기사님들과 다를 바 없이 완벽하게 업무를 수행하신다.


비록 말은 안 통하지만 글로, 바디랭귀지로, 눈빛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면 귀신같이 그것을 캐치(Catch)하고 도와주신다.


그리고 내가 만났던 청각 장애인 근로자분들은 하나같이 전부 친절한 분들이셨다.


사실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나로선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 일일 것 같다.


나였다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좌절감 때문에 한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물론 그분들도 그러한 격분된 감정을 느꼈을 때가 분명히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은 보란 듯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니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또한 그분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는 이 말레이시아라는 나라가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 넘어서게 되면서 이른바 '다인종, 다문화 국가'의 문턱까지 이르렀다는 언론 기사들을 본 적이 있다.


세계화 (Globalization)라고 함은 현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므로 우리나라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이 추세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다양성을 존중하여 '포용 사회 (Inclusive Society)'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그것은 바로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외국인 수용'이라는 프레임에 국한해서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다문화, 다인종'과 직결되는 듯한 표면적인 느낌은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이 단어의 범위를 확장 혹은 축소해본다면 '장애인에 대한 수용' 또한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 250만 명 넘었다" (출처 : 소년한국일보)


바라기는 우리나라가 장애인 분들도 적극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포용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곳, 말레이시아처럼.




  

 

 






 


작가의 이전글 말레이시아의 설날에는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