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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정 Jan 13. 2024

말레이시아에 오는 한국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인력의 퀄리티 (Quality)

(먼저 본 글은 사실적인 표현이 많아 다소 자극적이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음을 유의 드린다.)


위 질문은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점 중 하나였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겠다.


전반적인 '인력의 퀄리티 (Quality)'가 낮다.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설명할 것이다


2022년 2월, 이윽고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아직 코로나의 영향을 받던 시기여서 격리는 거쳐야 했지만 그것 외에 특별한 행동제한은 없었고 비자 발급에도 문제가 없었다. 동기는 6명이었는데 2명은 장년분이셨고, 나머지 3명은 내 또래 청년들이었다. 3월 초 업무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되었고 어느덧 2024년이 되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겠지만 이 시간 동안 내가 직접 경험한 한국인들에 대해 몇 가지 유형을 구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말레이시아의 고용환경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 요충지로 일컬어진다. 게다가 영국 식민지를 거치면서 영어를 일상언어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이점들로 인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의 확장을 모색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거점국가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BPO (Business Process Outsourcing)'라고 하여 글로벌 기업들이 본인들의 고객 서비스 분야를 이 BPO 회사들에게 위탁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청업체', '위탁업체'라고 하면 인식이 썩 좋지가 못하지만 외국의 경우 BPO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어 분위기가 좀 다르다.


아태 지역에서 BPO 산업이 운영되는 주요 국가는 전통적으로 필리핀과 인도였으나 최근 10년 사이에 무게중심이 말레이시아로 많이 분산된 상황이다. 그 이유는 앞선 두 국가에 비해 훨씬 경제적으로 발달한 나라이므로 전반적인 사회 인프라가 상당히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1만 불이 넘는데 이는 동남아에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면 유일하다.) 


두 번째는 다양한 인종 구성이다.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사는 말레이시아는 다국어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넓은 인력풀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다. 또한 비교적 안정화되어 있는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도 투자 리스크를 낮추는데 기여한다.  




말레이시아로 오는 한국인들에게도 이러한 트렌드가 적용된다. 기존에 말레이시아로 이민을 오던 사람들은 한식당 및 숙박업 등 요식업이나 관광산업을 운영하는 투자 개념이 많았다면 지금은 단순 해외 취업자로서 BPO에 채용되어 오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다. 더불어 연령대도 변화하고 있다. 가족이 있는 장년층이 주를 이뤄온 과거의 기조가 지속되는 한편 2030 청년들 또한 상당수 유입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Customer Service (CS)라고 하여 고객상담 직무 또는 Content Moderation (CM)이라고 하여 웹 플랫폼 상의 유해한 콘텐츠들을 필터링하는 업무를 맡는다. 물론 업무는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한다. 


이곳에서 한국인들이 받게 되는 월급은 우리나라 초임 수준이지만 이 금액만 해도 여기 로컬들의 임금에 비하면 3배 정도이다. 그와 더불어 물가는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중산층 수준의 삶의 질도 실현 가능하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직접 경험한 한국인들의 유형에 대해 설명하겠다. 필자는 BPO에서 일하기 때문에 BPO 기준으로만 이야기하겠다. 연령대 별로 구분하면 3개의 그룹 정도가 나온다.


첫 번째는 원래부터 주류를 이루던 40대 이상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분들은 대부분 진지한 이민의 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이름 있는 기업에 오래 근무했었거나 개인 사업을 했었다 보니 삶에 지쳐 버려서 여유 있는 삶을 찾으러 온 경우이다. 더불어 자녀에게 글로벌한 경험을 줄 수 있고, 후에 대학 입시 때 해외학교 전형을 노려볼 수도 있어 괜찮은 옵션이 된다. (익히 알려지다시피 한국 주요 대학의 해외전형은 국내전형 보다 입학 난이도가 훨씬 낮다.) 


또한 수영장과 헬스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콘도미니엄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렌트 또는 구매할 수 있다. 기름값이 매우 낮은 편이라 차량 운영에도 부담이 없다. 이들은 정기적인 교회 모임, 사교 모임, 골프 모임 등을 가지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자신들만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형성한다 (Localization 보다는). 물론 현지 로컬과 결혼하여 정착하게 된 분들도 종종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에서 누려본 적 없던 중상류층 이상의 장년 라이프에 간접적으로나마 편승한 듯한 경험 (혹은 착각)이 가능케 된다.  



두 번째는 20대 후반 ~ 30대 그룹이다. 요즘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그룹이다. 대부분은 한국 혹은 해외에서 이미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 직장문화에 질려 버렸거나 호주나 캐나다 같은 타 영어권 선진국에서 일하다 비자 만료 후 한국으로 돌아가기는 싫어서 오는 경우가 흔하다. 공통점은 다들 현실 도피성이 짙은 편이며 마인드가 '한량'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나 역시 이에 해당된다.) MZ세대로 분류가 되지만 사실상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중간에 위치한 과도기적 연령대이다 보니 MZ세대 특유의 당돌하고 경계 없는 (Borderless) 성향과 동시에 기성세대 고유의 보수적이고 '꼰대'적인 면모가 혼합된 성향을 보인다. 물론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이 대부분이다. 철학적인 이유의 비혼주의자로 아예 연애에도 관심이 없는 경우부터 결혼 생각은 없지만 외국인과의 가벼운 연애는 시도해보고 싶은 경우까지 다양하다. 앞서 설명했듯 이곳에서 받는 한국인들의 임금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니 이제 외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줄 관계를 찾게 되는 것이다. '메슬로의 욕구계층이론'에 나와 있듯 본래 하위욕구인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면 그 위의 상위욕구인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능이다. 연애 대신 여행으로 그걸 채워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도 첫 1년의 결심이지 나중에는 몸이 피곤해서 굳이 멀리 안 나간다. 


커리어 상으로 보면 가장 활발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이미 경험한지라 일머리가 있고 대인관계도 피상적이나마 준수하게 관리할 줄 안다. 승진도 빨라서 2년 안에 부팀장 이상까지 가는 경우가 흔하다. (외국계 기업 특성상 연차 보단 재량 및 추천 중심의 인사가 이루어진다.) BPO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급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대 초중반 사회초년생들이다. 머릿수로는 아직 소수에 속한다.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혹은 가지 않은 경우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으레 미숙함이 묻어난다. 이 그룹의 특징은 중간이 없다는 점이다. 똘똘한 사람들은 정말 똘똘하고 미숙한 사람들은 한없이 미숙하다. 넘치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업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면서 대인관계도 잘 만들어가는 분이 있는 반면 아무리 반복해서 가르쳐도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며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못 느끼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그야말로 극과 극, 모 아니면 도다. 물론 모는 많지 않으며 도가 절반 이상이지만.


첫 직장인 동시에 첫 해외생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많다. 회사 및 집 계약서를 제대로 안 읽어봐서 나중에 금전 손해를 본다던지, 더워도 반바지는 안된다고 하니 대신 나시를 입고 출근한다던지, 또래 동료와 갑자기 고성으로 언쟁을 한다던지 등 기본적으로 예측이 불가하다. 언급했듯 페이가 현지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콘도에 거주하며 하루 세끼를 모두 사 먹는다. 돈을 관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아직 미흡하여 계획적인 소비를 하지 않으며 대신 말초신경의 자극에 따라 소비한다. 그저 오늘이 즐거우면 된다.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사회생활임에도 괜찮은 정도의 수입과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경험하게 되면서 '사회생활 생각보다 별 거 없네.', '어른들이 겁만 준거였네.'라는 자만에 쉽게 빠진다. 이 경우 자만심에 취한 그 사상이 일상의 말과 행동에서 드러난다. 아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법, 있어도 없는 척하는 법,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법 등의 처세술이 숙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나이에 너무 능숙할 필요도 없거니와). 한국 조직문화를 경험해 본 우리들의 눈에는 '초장부터 배가 불렀다.'는 꼰대 소리 듣기 딱 좋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끝내 억누른다.      



이렇게 연령대 별로 구분해서 설명하긴 했지만 이 모든 그룹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반적인 '인력의 퀄리티 (Quality)'가 낮다는 점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여기서 인력의 퀄리티라고 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이다. 학력, 학벌, 영어능력, 업무 이해도, 대화 수준, 사고방식, 품격, 인성 등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우리가 보는 기준들이다. 고전적인 잣대들이라 시대착오적이라고 치부되는 경향도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참고사항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볼 때 이곳에서 내가 만났던 한국인들의 90프로는 우수한 인력이 아니었다. 즉 한국 사회에서라면 경쟁력이 부족했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경향을 보면 주로 연령대가 낮은 그룹일수록 이 퀄리티도 낮은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 40대 이상 가족이 있는 장년층 분들은 한국에서의 치열한 삶을 정리하고 릴랙스 한 삶을 찾으러 온 경우이다 보니 평판 있는 대학이나 기업 출신이 꽤 있다. 물론 소위 말하는 스카이, 서성한 대학이나 삼성, 현대 출신 등 한국사회에서 일류로 여겨지는 커리어를 가진 이는 본 적 없다. 그런 이들은 굳이 말레이시아까지 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있으시다 보니 영어능력과 업무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오랜 사회생활로 인해 눈치가 빠르고 처세술에 능하여 생존에는 큰 문제없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인간적인 분들이지만 일적으로는 철저하게 자기 이익 위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작은 희생이나 손해를 보는 것도 매우 꺼려하기 때문에 직장 동료로서 좋은 동료는 아니다. 




중간 그룹인 20대 후반 ~ 30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펙이 낮아지기 시작한다. 평가가 좋지 못한 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며 처음 들어보는 경우도 흔하다. 간혹 해외대학 출신이 있는데 그나마도 호주 2년제 컬리지라던가 일본 지방대나 전문학교 같은 곳이다. (필자는 석사를 일본에서 했기 때문에 일본 대학 서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영어능력은 장년층 보다야 낫지만 해외 생활을 해봤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치곤 유창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화를 섞어보면 삶에 대한 진중함 보다는 경박함 (심하게는 천박함)이 느껴지는 사고방식과 언어를 가진 사람이 많다. (알다시피 그 사람이 쓰는 언어가 곧 그 사람의 품격을 말해준다.) 보면 한국 취업 시장에선 살아남지 못해 도태되고 등 떠밀려 온 이곳에서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본인을 대우해 주니 착각에 빠져사는 사람이 많다. '내가 용의 꼬리는 못됐지만, 뱀의 머리는 됐다.'라는 오만에 빠지면서 자기 객관화에 실패하고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걸 보게 된다. 


팩트는 말레이시아 BPO에서 인정받아봤자 한국에서는 1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뱀의 머리조차 되지 못하였고 대신 '지렁이의 머리' 정도에는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마지막 그룹인 사회초년생들은 스펙이 가장 낮다. BPO 회사들과 MOU를 맺고 있는 특정 전문대학 출신들이 주를 이루며 대학을 아예 안 나온 사람들도 꽤 보인다. 대학 입시와 취업 시장 같이 정말 뜨겁게 무언가에 미쳐본 경험이 없어서들인지 그냥 맹숭맹숭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만).


일상적인 대화가 기본 상식의 차이로 인해 성립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여 답답할 때가 많다. 특히 인성과 태도 자체가 불량한 경우를 자주 본다. 심하게 말하면 그냥 놀러 온 것 같다. 물론 일부 소수 인원은 백지장 같이 깨끗해서 얼마든지 배우려는 자세가 보이기는 한다. 시간 지나고 보면 이런 분들은 어떠한 방향으로든 잘 풀려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이라면 아직 때가 묻지 않아서인지 (아님 그냥 생각이 없는 건지) 일에서 작은 희생이나 손해를 보는 것을 크게 여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근데 여기서 포인트는 내가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위에 썼지만 팩트는 나도 똑같다는 점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 영어로는 'Birds flock together'이다. 즉 말레이시아 BPO에 다니고 있는 한 나도 같은 레벨에 속한다는 말이다. SKY대학에는 수재들이 모이고, 삼성에는 인재들이 모인다. 반면 지방대학과 중소기업에는 그냥 범인(凡人)들이 모인다. 매우 당연한 세상의 이치다. 


그럼 내 얼굴에 침 뱉는 꼴인데 왜 이런 풍자적인 글을 쓰느냐고? 앞서 언급했듯 여기 온 한국인들 중 많은 수가 자기 객관화에 실패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곳까지 이르렀다는 뜻은 곧 본인들이 수재도 아니고 인재도 아닌 그냥 범인(凡人) 일뿐이라는 뜻인데 그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혹은 부인한다). 


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싶을 뿐이기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BPO에 다니는 게 무슨 인생의 실패자가 된 것도 아니고 불효자가 된 것도 아니다. 평범 혹은 그 이하의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나름의 선택을 한 것이므로 이건 이거대로 의미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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