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도 아니지만 비밀도 아닌데, 난 자궁적출수술을 했다
#고양이 중성화수술 #난 자궁적출수술 #중성은 아닙니다만 #아직은 환자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난~!
자궁적출수술을 했다.
지난 주 화요일에 했고 오늘은 9일째.
아직도 회복이 덜 되어있는 상태로 이 글을 쓴다
자궁 적출 수술을 권유받았다, 고민 중이다, 라고 말하면 다들
하지말라고 말렸다. 후회할거라고.
무조건 하지말라고.
그런데 듣자마자 이렇게 말해준 이가 있었다.
"어? 중성화수술이네요? 고양이처럼?"
(참고로 이 얘기를 난 전혀 1도 기분나쁘게 듣지 않았다)
물론, 난 내가 중성이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고양이 중성화수술이 암컷의 경우 자궁을 적출하는 것이므로
나는 고양이로 치면 중성화 수술을 한 게 맞다. ㅋㅋ
그리고 고민도 끝냈다.
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이 꼭 필요한 수술인 것 처럼
의사선생님은 나에게 꼭 필요한 수술을 권하신 것이겠지.
지난 10월 말 건강검진에서 자궁선근증을 진단받았다.
자궁선근증. 자궁 내벽으로 자궁 조직들이 파고 들어가? 자궁내벽이 두꺼워지고
그로인해 하혈, 복통, 골반통, 두통, 빈혈, 빈뇨 등을 일으키는....
일상생활을 괴롭게 하는 질병이다. 근종이라면 그것만 떼어내면 되지만
선근증은 답이 없다.
사실 그동안 여러가지 징후? 조짐? 또는 증상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이 자궁선근증의 증상인줄은 몰랐고, 그냥 다들 나이들면
이 정도는 아프려니 하면서 늙음을 자처하고 살았다.
게다가 산부인과는 정말 애를 둘이나 낳았지만 가기 싫은 곳이고,
게다가 더 변명을 하자면 코로나라 병원을 가기가 좀 그랬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내 자궁은 이미 12센치가 넘게 두꺼워져있었다.
극심한 생리통, 너무 많은 생리 양으로 한달에 일주일씩은
집안에서만 지냈다. 생리를 하지 않을때도 정상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니 "얘들아 엄마 머리 아픈데 조용히 좀 해 줄래?"
"엄마 화난거 아니고 배아픈거야, 잠깐 나 좀 내버려둘래."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 늘 힘들고 피곤하고 어지럽고
컨디션은 늘 안좋았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확 안좋아진게 아니라서
그냥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아픔에 절여져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호르몬 치료, 미레나, 하이푸 다 소용없는 단계라고
자궁적출을 권하셨는데. (정상적 자궁은 달걀 만한다고 한다)
후기를 여기저기 참 많이 찾아 본 결과, 결국은 미룰때 까지 미루다가
일상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이 일주일간 하혈하고 응급실 실려가고
이러다가 결국 자궁적출수술을 하는 거 밖엔 답이 없는 거였다.
아니, 한가지 더, 폐경이 되면 괜찮아 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아직 43인데 폐경이 언제 올 줄 알고 그때까지
이런 처절한 생활을 해 야 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내가 아픈건 , 힘든건, 정말 나 밖에 모른다.
의사선생님은 '고통의 일상화' 라고 표현하셨다.
나는 자궁적출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주변을 설득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내 몸인데 허락받아야 해.........? -_- )
자중 적출만은 절대 안된다는 가족과 지인들, 나를 걱정하기 때문임을 알지만
설득하고 있는 것도 피곤했다. 다들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쉽게 결정하냐고 했다.
(대신 아파줄 것도 아니면서...)
사실 난, 우리 먼지를 중성화 수술을 시킬때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유튜브의 수의사들 채널을 보고, 고양이 키우는 법 관련된 책을 봐도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고양이는 너무 힘들다고 했다.
물론 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극심한 생리통으로 고생을 하던 나는
우리 먼지가 그런 (또는 그거 보다 심한) 고통 따위를 느끼는 게 싫어서
중성화수술을 바로 시켰고, 지금 다시 어떤 고양이를 키운대도
중성화수술을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나서 일주일동안,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아니, 수술이 이렇게 힘든거였다니!
일주일이 지나자 마법같이 훨씬 좋아졌다.
그래도 지금도 몸이 힘들다. 2시간이면 체력 방전. 다시 누워야 한다.
그동안 심난해서 안하고 아파서 못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손에서 놓았던 노트북도
오늘에서야 간신히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먼지 너무 씩씩하게 잘 이겨낸거 아니야? 삼일만에?
우리 먼지는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한 날
당일 퇴원을 하였고
집에와서 깔대기를 쓰고 하루 이틀 비실 비실 했지만
내 기억으로 삼일만에 매우 괜찮아졌었는데, 정말 속으로 얼마나 아팠을까.
겉보기에 괜찮아보인다고 해서 속이 다 나은게 아니었을텐데.
내가 복강경 수술을 해서 겉으로 흉터는 적지만
지금 아파 죽겠는것처럼 말이다.
처음 수술이 끝나고 그날은 시체처럼 누워있었고
다음날도 시체나 다름 없었다
몸을 돌아 누울수도 없고 앉을 수도 일으킬 수도 없고
살짝만 움직여도 장기가 다 쏟아져 내리는 거 같이 아팠다.
지금은 마니 나았지만 여전히 아픈데.........
먼지야, 너도 그렇게 아팠던 거지....... 너 정말 대단하다
엄살도 안부리고 하악질 한번 안하고 ...... ㅠㅠ
다시 먼지가 수술했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먼지한테 맛있는 삼계죽이라도 한 사발 더 먹일텐데
그때는 또 뚱뚱해지면 안된다는 의사쌤 말에
많이 먹이지도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 정말 볼수록 대견한 우리 먼지.
저렇게 잘 회복하고 오늘도 잘 지내는 것을 보면
나도 곧 괜찮아지겠지.
여기서 깨알자랑....
우리 먼지가 늘 내 배 위에 올라가서 자는 앤데
내가 퇴원하고 집에 돌아온 날부터 배위에 안올라간다.
올라가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퇴원후 한 이틀은 내 몸에 올라오지 않고 손만 핥아 주거나 주변에 맴돌더니
이제는 가슴쪽으로는 올라온다. 그것도 곧 내려가고 내가 누워있는 옆에 와서 잔다.
우리 먼지는 어쩜 이럴까. 기특하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앞으로 우리 둘다 더 건강해지고 더 좋아져서
말도 안되게 신나게 즐겁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
자궁은 없지만, 우리 둘다 더 좋은 날들이 펼쳐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