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오래 남는 것

by 소소

연휴 내내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소화가 잘 안된다.

위가 살짝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약간의 메스꺼운 느낌도 나고.

미묘한 통증. 아니 통증이라기엔 애잔하고 불편하다고 하기엔 너무 조용한 감각이다.


친정에서 구워먹은 고기 중에 안익은게 있었던가.

지난 저녁 먹은 찌개가 너무 매콤했나.


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었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다. 지금도 마음 한켠에 자리한 해결되지 않은 일.


물리적으로 끝났다고 해서 내 감정도 같이 끝난 건 아니었다.

그것은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있고 잊었다가도 하루에도 몇 번씩 조용히 물결을 일으킨다.

파도도 아닌 음침하고 조용한 물결이 되어 물을 튀지 않고도 나를 깊게 흔든다.


남편은 말했다.

"그냥 잊어."


잊는게 쉬웠다면 이토록 속이 쓰릴일도 없지.

내 마음속 심연에서는 그 일이 아주 옅은 안개처럼 자꾸 드리운다.


마치 아무 일 없는 듯한 날에도 커튼 틈 사이로 스며드는 빛처럼 그 일은 조용히 내 하루에 스며든다.

잊을 수 있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나는 애써 잊지 않으려 한다. 애초에 잊을 수 있다고 확신하지도 못한다.

그냥 그 감정이 있는 그대로의 무게로 내 안에 머무는 걸 허락하려 한다.

무거워도 불편해도 그것마저도 내가 견뎌내야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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