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타고 온 기억

by 소소

얼마전 길을 걷다가 문득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곡.

근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내 사랑 굿바이 굿바이 어디서나” 이범학 아저씨의 이별 아닌 이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고 나서야 “어? 나 왜 이걸 이렇게 다 알고 있지?” 싶다.

신기해서 검색을 해봤다.

와....이 노래가 발표된 게 내가 국민학교, 아니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더라.

그 나이 때 불렀던 노래를 지금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부르다니..


뇌가 간직하는 방식도 참 오묘하다.

어제 점심을 뭐 먹었나 누가 물어보면 기억하는데 로딩이 걸리는데

몇십 년 전 노랫말은 잊히질 않다니 말이다.

어렸을 때가 지금보다 더 똑똑했을 리는 없고 감정이든 경험이든 깊게 새겨지는 시기였던 것 같다.


그 시절의 나는 말끝마다 우리 애처럼 "왜?"를 달고 살고 모든 게 새롭고 궁금했으며

귓가에 들리는 노래 한 곡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음속에 꼭꼭 저장해뒀나 보다.


마치 내 마음속에 작은 뮤직박스가 있어서 지나가던 음악이 열쇠처럼 탁 하고 돌려지면

언제든 그때로 데려다 주는 것처럼..


살면서 이런 순간들이 참 고맙다.

어른이 되어 정신없이 사는 하루에도 어릴 적 기억이 불쑥 찾아와 반가운 인사를 건네줄 때면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그러니 오늘은 점심 메뉴는 기억 안 나도 괜찮다.

대신 이범학의 노래 한 곡이 마음속에서 조용히 재생되는 하루라면 그걸로 충분히 좋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말보다 오래 남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