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여름, 영국 출장길에 책 한 권을 샀다. 평소에도 출국 전에 꼭 책 한 권을 사서 기내에서 읽곤 했지만, 그날은 좀 특별했다. 임원 승진하고 첫 해외 출장길이었기 때문이다.갑자기 차려진 진수성찬 앞에 앉은 기분이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마어마한 계산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맛난 음식은 권한이었고, 계산서에 쓰인 액수는 내가 져야 할 책임의 크기였다. 양날의 검, 임원의 숙명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원하는 기술의 세계적 전문가가 Imperial College London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짐을 꾸렸다. 출국 수속을 모두 끝내고 루틴 대로 서점에 들렀다. 엄청난 액수의 계산서를 한 손에 쥔 내게, '하버드 인생특강'이란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하버드대 교수 10명이 들려주는 하버드 핵심 사상이라고 쓰여 있었다. 공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음가짐, 처세, 경쟁, 자신감, 즐거움. 습관, 일, 실패, 성공, 사랑. 이렇게 10개의 주제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이었다.
특히 'Justice'의 저자 마이클 샌델의 '마음가짐'아 가장 와닿았다. 마음가짐이 인생을 만든다는 말, 비수처럼 마음을 찔렀다. 계산서의 액수가 두려워 산해진미를 마다하는 겁쟁이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지불하면 될 음식 값. 다음엔 더 좋은 맛집을 가고 싶다는 희망. 모두 마음가짐의 문제였다.
인상 깊은 문장을 인용해 봤다.
"유럽의 세일즈맨 두 명이 신발을 팔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났다.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너무 더워서 신발을 신지 않았다. 그러자 한 명은 몹시 실망해서 '이 사람들은 모두 맨발로 다니는군. 내 신발을 살 리가 없지'라고 말하더니 노력해 볼 생각도 않고 되돌아갔다. 반면에 다른 한 명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두 맨발로 다니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아무도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말이지.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크군!'이라고 소리쳤다. 이후 그는 엄청난 성공을 거둬서 돌아갔다."(17 페이지)
이것이 마음가짐이 만든 차이다.
"장발장의 성공은 미리엘 주교의 용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주교의 용서는 장발장이 과거의 어두운 굴레를 벗고 그의 인생 항로를 바꾸게 했다. 미리엘 주교가 이후 용서를 통해 어떠한 즐거움을 얻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이는 분명히 그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성과다. 만약 그가 직접 목격했다면 분명히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실수를 용서했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무엇보다 단단한 신뢰가 싹틀 것이다. 당신의 용서 덕분에 타인이 새롭게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면 그처럼 감격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173 페이지)
"실패를 바라는 사람은 없지만 살면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세계적인 성공학 연구자 나폴레온 힐은 실패가 성공을 이끄는 방식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실패는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열어주는 문이다.
둘째, 실패는 자만한 사람에게 각성제가 될 수 있다.
셋째, 실패는 어떤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알려준다.
실패가 당신에게 주는 역경은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당신이 그 안에서 동력을 얻을 수만 있다면 성공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71페이지)
이 밖에도 삶에 힘이 되는 알토란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다. 힘들고 지루한 삶에, 청량제가 필요한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