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드퓨처 Mar 02. 2023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회의 또는 보고하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거의 욕보이는 수준으로 폄하하고 평가 절하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모든 발표 자료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장, 단점 중에 유독 단점에만 돋보기를 들이대어 토시 하나까지 탈탈 털어 아작을 내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는 이런 행동이 대부분 부족한 자존감과 자신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즉, 상대방에게 자신을 투영해서 부족한 점을 헐뜯음으로써 대리 만족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을 향한 화살을 상대방에게 겨누는 매우 비겁한 행위인 것이다.


철부지 리더 시절 나도 혹시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리더 여부를 떠나 관계의 출발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반대로, 자존감이 높고 그릇이 큰 사람은 상대방의 발표 내용 중 장점만을 취해 칭찬하고 더 깊이 의논하고자 다. 또한, 단점에 대해서는 정성이 담긴 보완점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읽는 책의 저자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고, 너무 신기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이라면 책장에 한 권쯤 꽂혀 있을 만한 책 '코스모스'. 그리고, 이 책을 보며 늘 그리워할만한 저자 칼 세이건. 그렇다면 나도 책 좀 읽는 사람인가 보다. 연구에 몰입하다가도 문뜩 생각나 며칠에 한 번씩은 꺼내 읽는 책이 바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인 것을 보면 말이다.


요즘 그의 딸이자 떠 오르는 작가인 샤샤 세이건의 책에 푹 빠져있다. 비록 아버지의 필력엔 살짝 모자라지만 이제 겨우 그녀의 나이 40. 앞으로 쏟아질 그녀의 저서들에 벌써 내 가슴은 설레고 있다. 내가 빠진 그녀의 책은 바로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이다. 금방 쏟아질 것만 같던 별똥별 아래서 아버지와 나눴던 꿀맛 이야기들을 그녀만의 필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잔잔히 읽어 내려가던 가운데 심금을 울리는 문장을 발견하여 아래에 소개하고자 한다.


"그 여자분이 한 말에서 틀린 점을 신나게 지적했다. 나는 재미있는 지적 도전이고 장난기 있는 도발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상대방은 재미있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번뜩 깨달았다. 그 사람을 욕보이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내가 엄청나게 재수 없게 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날 내가 무언가 다른 일 때문에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못되게 구는 까닭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거나 아니면 자신감 부족을 보상하려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상대를 존중하면서 예의 바르게 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이 신체적 고통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114~115페이지)


25년 직장 생활 동안 적잖이 겪었던 일들이, 이 글로 인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고, 나 또한 같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다시금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백 명을 거느리고 싶은 사람은 백 명 앞에 머리 숙일 수 있어야 한다고.


이래서 책을 읽어야 하나 보다. 모두 잠든 밤에 혼자 읽던 책이 혜성처럼 다가와 나를 일깨워주니 말이다. 내친김에 좀 더 읽어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