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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동설 Feb 01. 2022

죽음을 준비하다니오

-노인복지관 웰다잉수업이야기

- 아프지 않고 죽을 수 있다면 내일 당장 죽고 싶다.
- 누군가가 죽음 얘기를 하면 급격히 우울해지고 두렵다.
- 임종을 앞둔 사람을 방문하는 것이 두렵고 괴롭다.
- 고통스럽게 죽을 까봐 걱정이다.
- 인생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서 장례식 준비하는 것이 너무 싫다.
- 질병(암이나 당뇨, 심장병등)으로 죽을까 걱정된다.
- 딱 1년만 더 살다가 죽고싶다는 생각을 매년마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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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딱 3일만 살다가..그냥 죽고 싶거든요..? 그러면 여기에는 그렇다고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할까요..?"
죽음에 관한 평가설문지를 받고 화장을 제일 곱게 하고 오신 어르신께서 손을 살짝들어 머뭇거리면서 설문지를 보여주며 물으신다. 설문지에는 '딱1년만 살다가 죽고싶다는 생각을 매년마다 한다.'라고 되어있다. 자신없이 잠겨있는 목소리, 주저하듯 머뭇거림 속에 딱 3일만 있다가 가고싶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순간 숨멈춤하고, "아, 네 이 질문은 기간자체가 의미가 있다기보다 어떤 기간을 두고 그런 유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 거니까, 1년이든 6개월이든 그 특정 기간 자체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코로나19로 9명으로 인원제한을 두고 개강한 노인종합복지관의 죽음준비수업에 오리엔테이션으로 첫수업만 오프라인으로 개강하면서 줌수업에 대한 교육과 '죽음'에 대한 거부감 완화등 수업안내를 하는 시간이었다. '죽음'이란 두 글자가 주는 거부감때문에 강좌명도 '인생졸업준비수업'으로 순화시켰지만, 어르신들이 반감을 느끼면 어쩌나...염려하면서 시작된 첫 개강수업이었다. 죽음이란 단어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으실텐데,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셨고, 요즘 어르신들이 이렇게 젊고 멋지시구나 느끼면서 내민 설문지에 한 자 한 자 읽으시며 진지하게 설문지를 작성해주신다. 프로그램 신청이 시작되고, 최소수강인원인 6명이 되지 않아 개강될 지 모르는 상태에서 거의 마지막에 9명이 모두 채워지며 개강이 확정되었다. 몇 년 전에 복지관측에서 <웰다잉 특별초청 강좌>를 진행하려 했지만 신청인원이 없어 강사를 초빙해놓고도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오신 어르신들께 좋은 수업으로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있는 삶을 더욱 가치있게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도 모르게 '진심'이라는 단어를 넣어 환영의 인사를 드렸더니 어르신들께서 "우리가 오히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기대를 해주셔서 더욱 힘이 솟았다.

인디언의 시에 곡을 붙인 '내 영혼 바람되어'를 틀어드리고 분위기를 보았다. 어르신들은 숨죽여 눈 앞에보이는 영상과 노래에 집중하셨고, 맨 뒤에 앉아계신 남자어르신께서는 눈물까지 훔치시는 것이었다. 그런 어르신들의 분위기에 당연히 내 마음도 숙연해졌지만, 동시에 '아, 이 노래를 들려드린 건 나의 탁월한 선택이야'라고 이와중에도 스스로 만족해하는 이중적인 마음이 함께 올라온다. 중생심과 강사마인드라는 저울을 왔다갔다하며 2시간 연강수업을 진행했다.


사실 인생졸업준비수업은 나 자신을 위한 수업이다.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죽음이라는 주제를 굉장히 가깝게 느꼈지만, 직접 대면하고 파고들기보다 오히려 그 주제에서 멀어지기 위하여 여태까지 쉴 틈없이 휘몰아치듯 살아왔다. 이제 점점 더 이상 도망다니는 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느끼고, 진정으로 내가 파고들어야 하는 시간이 왔음을 절감하며 이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업준비와 함께 죽음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것이다. 가르치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기구한 운명으로 수업이 있어야 공부를 하는 강사팔자인지라 이제껏 죽음수업이 없었기에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다...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제라도 웰다잉수업을 만들어준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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