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비슷한 감이 있다
드디어 2019년에 냈던 책의 2판을 완성했고, 서점에까지 등록되었다. 별거 아닌 인터넷 키보드전사가 쓴 책이 2판까지 가 봤다니 나름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와중에 저자 본인은 아직 책을 접해보지 못하긴 했지만.
EBS에 출연해서 강연한 내용을 책 다음쇄에 추가하자고 제안하니, 2판을 내자는 제안을 받아고 수락하였다. 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아예 각을 잡고 써야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의 개정판 내용을 쓰다 보니, 온갖 아이디어가 다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업자로서 최근에 경험했던 기술적 깨달음이라던지, SARC가 CPU를 접어버렸다던지 등. 책 출판하고 두달만에 그래서 적잖이 당황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가 나오고, 메이저 파운드리사들의 제조 공장 이전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런 내용들을 기존 목차에 녹여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1판 상태에서 완결성을 가지도록 쓴 책이니까. 하지만 2판을 쓰기로 했는데, 최신 내용을 넣지 않는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그러니 집필 방향은 완결성이 좀 깨지고 너저분해지더라도 부록 형태로라도 최신 트렌드를 설명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내용은 고치고, 일부는 기존 목차에 맞춰서 끼워넣고, 도저히 기존 목차에 묶이지 않는 것들은 아예 목차를 따로 분리해야 했다.
재밌는건 이런 상황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들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존 나름 잘 기획되어 있고, 잘 돌아가던 프로젝트가 누군가 윗분의 야심이나, 시장에서의 예상치 못한 큰 이벤트로 인해 큰 전환점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개발자는 이미 그 상태에서 잘 완성된 코드에 각종 W/A를 하며 골머리를 앓게 되고, 서서히 코드는 관리하기 힘들어지는 단계로 접어든다. 기획자들은 시장의 눈치를 보며 '이건 절대 이 일정 안에 못 넣는다' 등 윗사람과는 때로 싸우기도 해야 한다.
의외로 기존거 재활용 하는게 어려운건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구나 싶다. "현재" "지금" 등 버전 업(?) 할 때 마다 손으로 고쳐줘야 하는 간접적인(?) 날짜 표현의 사용은 자제하고, 그래프는 전부 excel등으로 보관해서 숫자 하나 던지면 자동으로 최신으로 변하게 하고 등등 아이디어가 꽤 떠오른다.
지금은 다음 책을 공저자와 작업중에 있는데, 다음번 책은 한번 3판까지는 낼 수 있을정도로 플랫폼화(?)를 시켜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