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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Jan 30. 2024

엄마 보고 온 날

돌아가시기 1년 전

설연휴 때 엄마를 보고 두 달이 넘어서야 다시 찾았습니다. 그동안 정신없이 지낸 것도 있지만 그것도 핑계입니다. 무엇이든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인데 엄마는 늘 그 순위에서 밀렸습니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는 늘 우선순위가 자식입니다. 하지만 자식의 우선순위에서 부모는 늘 뒷전이지요.

그래서 '내리사랑'이라 했나 봅니다.

저 역시 내 자식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고 내 자식은 그 자식에게서 우선순위가 밀려나겠지요.


오후 3시. 엄마를 만나기 위해 예약한 시간인데 30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가져간 진단키트를 꺼내 코를 쑤시고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의자에 앉아 유리문을 바라보는 순간.

휠체어에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웃으며 손을 들고 큰 하트를 날리는데 올라가지 않는 한쪽 손으로 엄마도 저에게 답을 합니다. 하트로말입니다. 


잠시 후 요양원 원장이 나오면서

"아직 면회시간은 안되었지만 일찍 어머니 보세요."

하면서 면회실로 안내합니다.

면회실에 들어가니 아까 하트를 날린 엄마가 저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엄마 두 손을 꼭 잡고

"엄마, 내가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엄마를 보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흐르는데 엄마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십니다.

요양원에 갈 때마다 '울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지키지 못하네요.


몇 년 전만 해도 살이 통통했던 엄마는 한번 넘어짐으로 인해 고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후론 걷지 못하고 요양원에서 지내는데 치매도 동반되었어요.

치매는 24시간 기억력을 잃은 상태가 아니기에 엄마를 볼 때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떨 때는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엄한 말만 듣고 돌아오니까요.


하지만 두 달 만에 본 엄마는 저를 단번에 알아보고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에 전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약속된 시간은 30분이었지만 다음 면회 대기자가 없어서 1시간 20분가량을 엄마와 함께 했습니다. 한 손으로는 엄마손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다리를 연신 주무르는 데 앙상하게 뼈만 남아있네요.


현재 상황을 얘기하기에는 대화가 부적절하기에 과거의 추억얘기로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무척 당신을 좋아했다고 얘기하는 모습에서 빙긋이 웃습니다.

어디를 가도 꼭 엄마를 데리고 가고 예쁜 옷을 사주었다고 하면서 아빠를 그리워하네요. 아빠 생전에는 그렇게 원수 같게 생각하더니만 부부사이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엄마. 보고 싶은 사람 있어?"

"..."

잠시 후

"하느님, 너. 내 딸."

"..."

이 말을 듣고 난 또 울었습니다.

"왜 울어. 울지 마."

.

.

.

면회시간이 끝나고 엄마가 다시 들어가는 순간 하트를 날립니다. 그때 엄마 눈가가 발그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역시 눈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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