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길을 가던 행인들이 비를 피하려고 저마다 길가에 있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한 노부인도 비를 피하기 위해 다리를 절룩거리며 필라델피아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수수한 옷차림에다 온통 비에 젖은 이 노부인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직원은 하나도 없었다. 이때, 젊은 청년 하나가 노부인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부인, 제가 무얼 도와드릴까요?”
“괜찮아요. 비가 멈추면 곧 나갈 거라우.”
노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곧 노부인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묻어났다. 남의 상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고 비만 피한다는 것이 염치없게 느껴진 것이다. 노부인은 천천히 백화점 안을 둘러보았다. 작은 머리핀이라도 하나 사서 비를 피한 대가를 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부인이 이런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조금 아까 말을 건넨 청년이 다시 부인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말했다.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문 앞에 의자를 하나 가져다 놓았으니 의자에 편히 앉아 계세요.”
두 시간 정도 지나서 소나기가 그치자, 노부인은 그 청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명함을 한 장 달라고 했다. 청년이 명함을 건네자 노부인은 그것을 받아 들고 백화점을 나갔다.
몇 개월 후, 필라델피아백화점의 사장 제임스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편지에는 그 직원을 스코틀랜드로 보내 거액의 주문 계약을 체결하도록 할 것과 발신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체에 물품을 공급하는 일을 다음 분기부터 그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제 발로 굴러 들어온 거액의 주문에 제임스 사장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사장은 서둘러 그 발신자에게 연락했고, 그 서신이 어느 노부인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노부인은 몇 개월 전 백화점에서 비를 피했던 사람이었고, 바로 미국의 백만장자인 ‘철강왕’ 카네기의 모친이었다.
편지 한 통이 회사에 가져다준 이익은 회사 전체 총이익의 2년 치에 상당하는 것이었다. 사장은 곧장 페리라는 이름의 그 젊은이를 불러 이사회에 추천했고, 머지않아 페리는 스코틀랜드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이제 백화점의 어엿한 사업 파트너가 되어 있었다.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몇 년 후, 페리는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카네기의 오른팔이 되었고 사업 역시 크게 번창하여 미국 철강업계에서 카네기 다음으로 중요한 거물급 인사가 되었다.
(출처: https://thanks201.tistory.com/424 [세상의 따뜻한이야기])
2014년 4월에 개봉하여 누적 관객수 384만 9천 여 명을 기록한 영화 <역린>의 한 장면이다. 정조(현빈 분)는 경연에서 신하들에게 중용 23장을 외울 수 있는지 시험한다. 아무도 이에 대답하지 못하자 정조를 가까이서 보필하는 내관 상책(정재영 분)이 그 구절을 읊는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其次致曲，曲能有誠，誠則形，形則著，著則明，明則動，動則變，變則化，唯天下至誠爲能化(기차치곡, 곡능유성, 성즉형, 형즉저, 저즉명, 명즉동, 동즉변, 변즉화, 유천하지성위능화).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범죄 심리학 이론으로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 건물의 관리를 포기한 것으로 생각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게 된다. 그리고 나아가 그 건물에서는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작은 깨진 유리창 관리를 소홀히 하여 건물 전체가 강력한 범죄의 발생 장소로 변하고 만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먼저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점에서 ‘1:29:300 법칙’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사소한 문제를 내버려 둘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용 23장>이나 <깨진 유리창의 법칙>, <1:29:300 법칙>은 작은 일에 소홀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야 나와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더 큰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루에도 오만 가지 고민과 수백 건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행운과 불행을 차근차근 거슬러 올라가면 자신이 과거에 한 말과 행동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몇 개월 후에 자신이 근무하는 백화점의 사업 파트너가 된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페리는 소나기가 온 그날 작은 일에 소홀히 하지 않고 정성을 다했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카네기의 오른팔이 되어 미국 철강업계에서 카네기 다음으로 중요한 인사가 될 수 있었다. 고 리영희 교수는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오늘의 현실을 수정하지 않으면 내일의 현실이 우리를 구속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의 현실을 수정하는 일’은 곧 작은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이것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불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큰 행운을 불러들이는 부적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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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영화 <역린>, 다음 <백과사전>, 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 외 인터넷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