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기적이야”
우주의 나이는 빅뱅으로부터 138억 년 정도다. 태양의 나이 45억 7천 년, 지구 나이 45억 4천 년의 3배가 넘는 시간이다. 지구에 생명이 나타난 40억 년과 비교하면 3.5배가 조금 안 되는 시간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세계보건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기대수명은 83.3세다. 우주 나이의 1억 6,566만분의 1, 지구 나이의 5,450만분의 1을 사람은 살다가 죽는다. ‘6/45 로또’의 당첨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다. 내가 너를 만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확률은 지구 나이를 기준으로 로또 1등 당첨이 약 7번 되는 것과 같다.
우주의 크기는 400억 광년이 넘는다.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 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또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 행성이 있다. 우주에 이렇게 많은 별과 행성이 있어도 바늘로 어느 지점을 찍었을 때 바늘 끝이 행성 바로 위나 근처일 확률은 10의 33승분의 1이다. 최근에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호의 속도는 1초에 약 17km, 시속 약 6만km로 날아가고 있다. 1977년 9월에 발사되어 43년 9개월 동안 날아간 거리가 빛의 속도로는 하루가 채 안 되는 약 21시간 8분 거리에 있다. 지구의 표면적은 약 5억 1천만㎢이고 그중 0.02%인 10만㎢가 대한민국 남한의 면적이다.
만남이란 시간과 공간이 일치되는 사건이다. 우주 끝에서 내가 너를 만나려는 목적으로 지구에 오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400억 광년이 넘는 우주 공간에서 1,000억 개의 은하 안에 있는 1,000억 개의 별을 뒤져서 태양계를 찾아야 한다. 태양계를 찾아도 멀리서 보면 바늘 끝보다 작은 지구에 생명체가 있다는 증거를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생명체가 40억 년이라는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네가 태어날 것을 알고 빛의 속도로 138억 년을 날아 지구에 도착해야 한다. 지구에 도착해서는 이 구석 저 구석을 찾아 지구 표면적의 0.02%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남한에 이르러야 한다. 그런 다음 거기서 살고 있는 5,168백만 명 중에 너를 만나야 한다. 내가 하루에 만나는 사람은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을 다 합해도 겨우 200명 내외다. 그중에 잠깐이라도 인사를 나누는 사람은 10여 명 정도다. 너를 찾아서 만나더라도 내가 너와 인사를 확률은 20분의 1 정도다. 그 사람들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데면데면 지내는 사람도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을 사람들은 행운이라고 한다. 비록 814만 5,060분의 1의 확률이지만 매주 10여 명 안팎으로 행운의 당첨자가 나온다. 이 로또 1등 당첨의 행운보다 더 기이하고 놀라운 일을 기적이라고 한다. ‘서로 좋아한다’는 것은 만남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의 일치다. 넓고 넓은 우주에서 로또 1등 당첨보다 더 어려운 확률을 믿고 138억 년 전에 미리 출발하여 너를 만나기 위해 찾아올 만큼 나는 너를 좋아하지만 네가 나를 좋아할지는 또다시 그 확률의 3분의 1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주의 크기와 은하의 수, 은하 안에 있는 별의 수, 나이 등은 책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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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코스모스(칼 세이건), 헤럴드경제(2021. 5. 22일), 어린왕자(생텍쥐페리), 사피엔스(유발하라리),
voyager.jpl.nasa.gov/mission/status/, 국가통계포털(KOSIS), 뉴코스모스(데이비드 아이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