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큐의 경제학(맨큐, 교보문고, 2007)'에 나오는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 중 기본원리 1, 2의 내용이다.
1. 모든 선택에는 대가(代價)가 있다.
2. 선택의 대가(代價)는 그것을 얻기 위해 포기한 그 무엇이다.
1번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라는 뜻이고 2번은 ‘1번에 의해 선택한 것의
대가(代價)는, 그 선택을 위해 포기했던 다른 선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다.’라는 뜻이다. 예를 들
면 운동선수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진출할 경우 프로를 선택한 대가(代價)는 대학 진학을 한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그 선택의 대가(代價)이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며칠 전 아내와 사소한 일로 다투었다. 채 가시지 않은 앙금 때문에 기분이 언짢다. 아내는
볼일 때문인지 아니면 하루 종일 집에 같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불편했는지 몰라도 오전에 집을 나간
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지금까지 전화도 없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나도 온종일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TV도 보지만 억울한 생각에 기분이 영 찜찜하다. 싱크대를 보니 설거지할 것이 잔뜩 쌓여
있다. 평소 같으면 벌써 씻어서 정리를 해 놓았겠지만 속상한 마음에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다.
쌓여 있는 그릇들을 보니 답답한 마음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주위가 정리돼 있어야 집중할 수
있는 성격이라 싱크대로 눈이 갈 때마다 거슬린다. 아내가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설거지를 한 경우와 하
지 않은 경우를 기회비용이라는 면에서 따져본다.
1안: 설거지를 안 했을 경우 나의 득실
1. 손에 물을 안 묻혀도 된다. (+)
2. 아내가 들어왔을 때 짜증 내는 모습에 잠깐이지만 통쾌함을 느낀다. (+)
3 싱크대가 깨끗해질 때까지 집중이 안된다. (-)
4 냉전이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 (-)
2안: 설거지를 했을 경우 나의 득실
1. 손에 물을 묻혀야 한다. (-)
2. 집중이 잘 된다. (+)
3. 아내의 화난 기분이 누그러져 일찍 화해할 수 있다. (+)
4. 아내의 화난 목소리가 줄어들 수 있다. (+)
감정노동자라는 단어가 있는 것을 보면 나쁜 감정의 소비도 비용이다. 1안을 선택했을 경우 나는 손에 물을 묻히지 않아도 되며 잠깐의 통쾌함을 느끼겠지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포기해야 하고 아내와 화해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아내의 화난 목소리가 줄어들 수 있는 기회도 포기해야 한다. 냉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2안을 선택할 경우 나는 손에 물을 묻혀야 하고 잠깐의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지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누리게 되고 아내와 일찍 화해할 수 있으며 아내의 화난 목소리가 줄어드는 기회를 얻게 된다. 냉전이 일찍 끝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1안보다 2안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인 것 같은데 발길이 그곳으로 향하지 않는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싱크대 앞으로 걸어간다. ‘순간적인 감정에 살지 말고 큰 흐름에 나를 찾아라.’라는 고등학교 교훈을 되새기며.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