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거짓말
세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나가지 않은 여전에 관한 이야기. 제대로 완성해 물성을 남긴 뒤 다음으로 가고 싶어서 큐알로 넣을 영상도 찍고, 녹음도 마쳤다. 소중하고 멋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 시월 중에는 출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외에 별다른 일은 없다. 읽히지 않는 책을 애써 펼쳐보려다 자주 실패하고 이따금 성공한다. 황정은의 「아무도 아닌」을 오래 읽는 중이다.
외면 일기는 이렇게 끝난다. 내면 일기는 어떨까?
요즘 나는 시를 쓰지 않는다. 일기도 짧은 단상이나 파편적인 일상의 나열에 그친다. 다시 먹게 된 항우울제 때문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그간 생각해 왔는데, 오늘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맞는 것 같다. 나는 그러니까, 원하지 않는 생각과 마음을 내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살아보려는 마음, 세상에 남은 채 계속될 거라는,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서 밀어내고 있던 거다.
다시금 불행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켜낸다는 말에 반감이 드는 나를, 위태롭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나를 나에게서 떼어낼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한쪽으로 기운 채, 완전히 내려앉지는 않고 그런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 희망을 바라는 나. 미래를 바라지 않는 나. 계속되고 싶은 나. 이제 그만 하고 싶다는 나. 전부 나이고, 그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 사실에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 나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