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아이가 과학실험 방과후수업에서 누에를 받아왔다. 백과사전 급의 지식을 뽐낸다.
"엄마, 누에는 숨구멍이 밑에 까만 점있지? 거기로 숨 쉬는거고, 뽕잎만 먹는대. 그리고 잠을 잘 때는 머리를 들고 잔다. 그리고 얼굴은 앞에 여긴데 뒤에 있는 건 흉내만 낸거래. 따뜻한 데서 자라고 &%#$%&$%#$%~~ "
처음 듣는 정보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천지다.
'이번만큼은 잘 키워보자!'
나는 속으로 또 다짐을 했다. 그리고 바로 뽕잎을 주문했다. 먹이가 떨어지면 큰 일이니 말이다.
토요일에 사촌오빠네 캠핑장같은 밭으로 1박2일 계획이 잡혔다. 뽕잎이 도착하기 전인데, 누에를 두고 갈 수 없을 것 같다. 다행히 근처 밭에 오디가 있다고 해서 뽕잎은 거기서 따기로 했다. 그렇게 누에는 차를 타고 1시간 코스를 이동하게 됐다. 그 시간동안 누에는 '에눈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엄마, 얘는 머리를 들고 자는데 그 때는 만지면 죽는대."
"응, 잠잘 때는 절대 만지지 말자!"
"얘가 자나봐. 머리를 들고 있어."
"응, 그럼 가만히 두자."
잠을 잔다고 하기에는 잠시 고개를 들었을 뿐인데도 두 아이는 누에의 동작 하나, 하나에 호들갑이었다. 캠핑지에 도착해서 만난 오촌 조카까지 어린이 네 명은 누에를 애정담긴 시선으로 봤다. 비록 집에 도착하면 뽕잎 500그람이 배달되어 있지만 자연의 뽕잎을 따고 씻어 잘 닦아 두었다(물기가 있는 뽕잎을 주면 누에는 설사를 하고 죽을 수도 있다).
'모든 준비는 다 되었다. 에눈아, 너는 잘 먹기만 하면 된다'
나와 아이들의 바람이 무색하게 집에 돌아온 이틀 째 되는 날, 에눈이의 움직임이 현저히 줄었다. 우리는 또 검색을 한다. 5령 애벌레까지 모두 4번의 잠을 자는데 에눈이는 몇령 애벌레인지 알 수가 없었다. 4령인지 5령인지 알 수 없어 움직임이 줄어든 까닭은 잠을 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꼬리부분은 움직였으므로... 그리고 실도 조금씩 뽑아내기도 했다. 고치 지을 장소를 찾지 못해서 였을까? 구조물을 너무 늦게 넣어준걸까? 에눈이의 움직임이 확 줄어들었다. 그러나 생명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얘가 무엇을 준비하는 것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매번 새로운 종류의 생명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 중심의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를 발견한다. 누에도 사람이나 다른 애완동물처럼 잠시 자고 일어나 계속 활동한다고 생각했다(누에는 하루, 이틀 정도 잠을 자고 허물을 벗는다고 한다).
또다시 정보 검색, 일반적인 정보만 있을 뿐 에눈이의 상태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이틀, 뽕잎은 아직 두 봉지나 남아있는데 에눈이의 생명이 몸을 떠났다. 다른 종의 생명을 키우는 일이 참 쉽지 않다. 생명이 떠나고 나서야 원인을 생각해볼 뿐이다. 그럼에도 예전에는 좌절과 두려움만 남았다면, 이번의 경험은 다음에는 잘 돌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왔다.
반려동물은 우리집에 없다고 선언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다시 고려해본다. 그게 금붕어가 됐든, 열대어가 됐든, 도마뱀이 됐든... 키우기 쉬운 종으로...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종으로 말이다. 미리 충분히 공부하고 잘 기를 수 있는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