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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Sep 04. 2022

지금 회사와의 영원한 안녕은 언제일까

60세의 내 모습

회사 게시판에 부장님이 마지막 인사 글을 남겼다.


우리 회사에서 일해서 행복했고,
수십 년간 우리 회사 타이틀을 걸고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정년을 1년여 남겨놓고 그는 다른 회사로 떠났다.

정년을 1년여 남길 때까지 회사에서 버텼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굳이 1년여를 남겨놓고 떠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회사에서 먼저 나가라고 했을까? 자발적 선택이었을까?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해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왔다.


그곳은 좋은 회사입니다.
회사 오래오래 잘 다니세요.




높으신 분께 보고를 할 일이 생겼다. 내가 궁금했던 높으신 분은 나의 히스토리를 물었다. 내가 회사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것에 꽂히셨나 보다.


그래서 또 나갈 건가?


나는 아주 반사적으로 즉각 대답했다.

아닙니다. 뼈를 묻어야죠!



잦은 이직 경험을 보았을 때 여기서 참으로도 오래 버텼다. 이제는 이직하기도 애매한 나이가 되었다. 물론 보다 높은 직급으로 좋은 자리로 이직하면 되지만,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평범해진 나는, 지금의 생활도 썩 괜찮은 것 같다.


가끔 억지로 회사를 다니는듯한 무능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언제까지 회사를 다니는 것이 좋을까 싶을 때가 있다. 저들도 한때는 팀장이었고, 존경받는 상사였고, 이름 날리던 능력자였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서글프다. 자존심 다 버리고 그냥 버티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내가 멋져 보일 때 사라지는 것이 나을까.


직장 생활이라는 것은 언젠가 끝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나의 이 역량은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모르겠기에, 그리고 바람 잘날 없는 나의 퇴사 의지도 언제 또 생길지 모르기에, 궁금하다. IT 회사에 다니면서, 아무런 IT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나는, 언제까지 이 회사에서 안정적 월급을 받게 될까. 무엇이 나의 경쟁력이 될까.


나는 계속해서 회사에서 붙잡고 싶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물론 지금도 회사는 나를 굳이 붙잡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요즘 모든 회사는 어린 친구들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 기존 인력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성향이 있다. 이런 걸 모두 알지만 그럼에도 회사에서 나를 붙잡고 싶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너무 욕심일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무얼 해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할까?

50이 되어도, 60이 되어도 지금보다 더 찬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자꾸 현실에 매몰되다 보니 미래를 잊고,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 여유롭게 살겠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은퇴를 멋지게 준비하고 싶다.

그동안 내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60대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적어보기로 했다.


60대의 내 모습


1. 65세에도 직장을 다니고 있다. 나는 은퇴를 고민한다. 이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언제 후배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한다.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없고, 높았던 자존심은 나이가 들며 점점 넓은 아량을 갖게 되면서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되었다.  


2. 강연을 할 기회가 많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말을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를 찾아주는 곳이 많다. 하지만 나는 아무 곳이나 등장하지 않는다. 작고 보잘것없는 곳이라도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등장한다.


3. 많은 강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주로 글로 소통한다. 내 글은 많은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는다.


4. 냉정하고 차갑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있다. 나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남들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5.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서로를 무조건 지지하고 믿는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다.


6. 경제적으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산이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돈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소박하다.


7. 우리 집은 대도심에 자리하고 있지만 집은 넓고 평화롭다. 집안 분위기는 언제나 밝다.


8. 사람들을 나를 존중한다. 나를 아껴준다. 때마다 연락해서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것을 귀찮아하지 않는다. 항상 감사해하며 연락을 받는다. 이 시간은 내게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너무 급하게 끄적였나 싶지만...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듯 매일 이렇게 생각한다면, 꿈꾼다면, 나는 이렇게 변해 있을까?

그걸 확인해보고자 적어봤다.

결과는 몇십 년 후에나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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