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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관 Aug 06. 2022

사용설명서로 나를 증명하다.

ㅣ스펙, 취준생만의 문제일까


취업준비생들에게 스펙은 당락을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물론 세상이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나 스펙이다. 사용설명서(Specification)의 약자인 스펙이 나를 증명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 다소 어색하긴 하다.      


나이를 먹어도 스펙은 필요하다. 취업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타이틀이란 표현이 더 적절한데 나만의 타이틀은 나를 증명하고 나의 행동을 인정받는 좋은 수단이 된다.     


“주말에는 거의 도서관에서 책을 봅니다.”

“격투 종목을 좋아해서 매일 주짓수 스파링을 합니다.”     


이런 말에 사람들은 과연 그럴까 같은 의구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고 나 또한 그들에게 굳이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았다. 하지만 2권의 책을 출간했고 주짓수 시합에 출전하여 메달을 땄다. 나만의 타이틀이 생긴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바뀌었고 독서나 운동 쪽으로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이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때 알았다.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의견을 주장하기보단 팩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백 마디 말보다 가시적인 타이틀에 사람들은 더 많은 신뢰를 보냈다. 영어 실력을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보다 토익 점수면 바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로


젊은이들이 스펙에 매달리는 이유도 성실과 열정만으론 어떤 문턱도 넘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도 연륜을 내세우기보단 나만의 특징적인 타이틀이 필요한 이유다.  소노 아야코는 그의 책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용모가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아픈 것도 아니며, 남편이 실업자도 아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에게 특징이란 게 없어서다. 종류와 가치에 상관없이 숙련된 솜씨를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사람은 대범해진다.”     


굳이 대범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종류와 가치에 상관없이 숙련된 솜씨로 나를 대변하는 타이틀 하나쯤은 있는 게 좋다. 없다면 지금부터 시작해도 된다. 예순에 드럼에 도전해 경지에 오른 사람도 봤다. 나이 뒤에 숨지만 않으면 된다.




# 냉정한 평가는 좋은 글의 밑거름이 됩니다. 가감없는 댓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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