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다친 이야기
임용고시를 본 날이었다. 운 좋게 큰 시험을 바로 집 앞에서 보게 된 날이었다. 시험도 괜찮게 본 느낌이라 저녁으로 치킨을 먹을 때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2년이 넘은 내 핸드폰을 바꾸러 나갈 때 기분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계단을 내려가 언덕을 다시 내려가면 아파트 입구가 나온다. 거기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대리점이 있었다. 나는 계단에서 갑자기 굴러 떨어졌다. 발목을 삐어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민망함과 아픔이 뒤섞인 채 죽을힘을 다해 계단을 다시 올라와 벤치에 앉아 쉬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집을 나선 지 2분이 채 지나기 전에 다친 것이다.
시험을 마친 후련함과 새 핸드폰에 대한 설렘은 온데간데없고 통증만이 나를 뒤덮었다. 우울한 마음으로 내 방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발목은 갈수록 더 아팠고 나는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내 방은 화장실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방문을 열면 화장실이 바로 보인다. 그런데 내 발목의 상태로는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발걸음 열 번이 불가능해 보였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으며 힘을 빼고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화장실을 가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방으로 돌아갈 때 발생했다. 갑자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겼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넘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내 눈에 조카가 가지고 놀던 타요 버스가 들어왔다. 나는 궁여지책으로 버스 위에 다친 쪽 다리를 올려놓았다.
그 상태로 방을 향해 운전을 시작했다. 다치지 않은 쪽 다리를 바닥에 댄 채 팔과 몸의 반동으로 열심히 방 쪽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운전은 쉽지 않았다. 열 걸음도 안 되는 거리를 10분이 넘도록 끙끙대며 가고 있었다. 그런데 타요 버스 장난감은 소리가 켜진 상태였다. 내가 버스를 타고 움직일 때마다 녹음되어 있던 소리들이 랜덤으로 자동 재생되었다.
“빵빵, 타요 버스가 나갑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타요가 뭐라고 말했는지 전부 기억은 안 나지만 그중 아직도 똑똑히 기억나는 말이 있다.
“빵빵.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까?”
나는 지금 아파 죽겠는 상태로 조카 장난감에 겨우 의지한 채 방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타요 버스는 내 모습을 ‘재밌는 거’라고 치부했다. 혼자 쌩쇼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재밌긴 하다고 생각하며 방에 거의 도착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문지방에서 시작됐다. 도저히 타요 버스를 타고 문지방을 넘을 수 없었다. 한참을 씨름하며 버스를 살짝 들고 문지방을 넘겨 다시 내리는 과정을 반복해 끝내 문지방을 넘을 수 있었다. 나중에 문지방이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나는 20분이 걸린 끝에 내 방 침대에 다시 누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