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에서 내려온 날
그날 그때 그 느낌을 과연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려 보니 손이 떨려서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 느낌을 조금이라도 살려 뭔가 표현을 좀 해보려 한다. 통상적으로 연말이나 연초에 직장의 조직 내에서 맡고 있던 보직(補職)에서 면(免)이 된다고 하면, 보통은 그래도 12월 중순쯤에 시간을 적당히 남기고 통보하는데. 그래서 연말에 개인 연차를 소진(消盡)하면서 리프레시(Refresh)할 시간을 주고 그렇게 다음 해를 준비하게끔 배려라는 걸 해주는데. 하지만 나에게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 해 12월 6일이었다. 나는 그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한다. 매우 충격이 컸었으니까. 심지어 그것도 퇴근과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3시경이었다. 어쩐 일인지 부서장이 나를 급하게 찾아서 나는 그의 자리로 바로 갔었는데 그때 아마, 그가 나에게 자리를 옮겨서 얘기하자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사무실의 웬만한 회의실은 이미 모두 다 예약이 차 있더라. 그래서 그는 나를 근처 구내식당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이런 통보는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회의실에서 해야 그나마 어떤 예(禮)를 갖춘 게 아닌가.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그가 구내식당 좌석에 나와 마주 보고 앉아 이윽고 입을 열었다. "너는 이제 분과(分課 : 부서의 하위조직)의 장(長)을 내려놓고 이전처럼 보직 없이 실무 업무를 해라. 그나마 너를 위해, 네가 맡고 있는 분과는 없애는 것으로 했다. 그게 깔끔하니까. 그러니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라."라는 짧은 네 문장을 얘기하곤 그는 바로 자리를 떴다. 이건 뭐 너무나도 일방적인 통보였다. 배경도, 사유도, 상세 설명도 없는. 그러다 보니 "그동안 수고했다." 같은 격려의 말도 없었고, "이제 무슨 일을 해라." 같은 리더로서의 지침도 없었다. 그러자 나는 그 부서에서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게다가 그땐 이미 연말 인사이동(人事異動) 검토가 끝난 시기였기에, 갑작스럽게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통상적으로는 부서 내에서 누군가가 보직을 내려놓게 되면 같은 부서에 있기가 서로 불편하니 다른 조직으로 자발적으로 이동하게 한 뒤 그곳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아서 새 출발을 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理想的)인데. 그럴 수 있는 기회도 없어진 그 시기에 나는 그렇게 부서장으로부터 일방적인 보직 면(免) 통보를 받았다.
그때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크게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 여파로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더욱 창피하게도 나와 친분이 있던 구내식당 아주머니께서 멀리서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신 듯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분께서는 점심시간에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간식 중 남은 음료를 하나 들고 와서 나에게 말없이 건넸다. 이거라도 드시고 마음 좀 푸시라는 위로 섞인 말과 함께.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단지 그녀에게 조용히 감사의 목례만 살짝 건네었을 뿐이었다. 그 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던 나는 다시 사무실의 내 자리로 내려왔다. 그러고는 조금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내 자리에 앉아서 그룹웨어의 읽지 않은 메일을 보고 있었는데, 그 메일의 내용이 내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움직여 다른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건 더 싫었다. 그건 이미 벌어진 그 상황을 애써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랬는지, 나는 그냥 스스로 정면돌파를 하고 싶었다. 게다가 당시 내 자리는 부서장과 가장 거리가 가까운 곳이었고, 내가 어디론가 사라지면 부서장의 자리에서 그걸 바로 알아볼 수 있었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조차 나는 몹시 싫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퇴근시간이 제법 가까워진 시간이 되자 그나마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이제 주말이니까 집에 가서 스스로 마음을 정리해 봐야지, 잘 추슬러 봐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금요일이면 거의 항상 칼퇴를 하는 우리 분과의 직원 두 명이 퇴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에게선 평소와 다른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졌고, 퇴근 시간을 약간 넘긴 그 시간에 그들로부터 회사 메신저를 통해 연락이 왔다. "회의실 잡아서 같이 얘기 좀 하시죠."라고. 아아, 그들도 벌써 얘기를 들은 것 같았다. 그러잖아도 조금 전에 부서장이 나만 빼고 부서의 여러 직원들을 회의실로 부르던데, 아마 모두들 그 자리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 알게 된 것 같았다. 뭐 다 그런 거지, 하면서 나는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려 했다. 사실, 조직의 윗사람들이 협력사인지 계열사인지 아무튼 외부로부터 대체 무얼 받았는지, 아니면 그들과 정치적인 무슨 거래가 있었는지 우리 회사의 수익성보다는 그들의 입장을 더 대변하는 것 같은 상황이 펼쳐지면서 나는 언젠가부터 부서 내 소통의 중심에서부터 멀어져 가고 있었다. 심지어 여름이 막 시작되던 그해 6월에는 1년간 담당하고 있던 주요 업무를 옆 분과로 빼앗겼고, 더욱이 해당 업무와 함께 우리 분과 인원 중 두 명을 그쪽으로 보내야 했다. 업무도, 사람도 모두 다 털리면서 급기야 나는 TF(TaskForce) 조직으로 2개월간 단기 파견을 가게 되었고, 이미 그때부터 우리 분과는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소규모 조직이 되었던 터였다. 그래서 7월의 무더위와 함께 휴가철이 시작되던 그즈음, 직원들이 술 한잔 하자고 해서 갔었던 회사 근처 중식당(中食堂)의 조용한 룸(Room)에서, 나는 덤덤하게 직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었다. 우린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분과이니, 이제 본인들 갈 길 잘 찾아서 스스로 준비를 잘하라고. 그리고 이렇게 된 건 모두 내 탓이니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그날, 고량주 1+1 행사를 해서 술병만 잔뜩 쌓인 채 차갑게 식어간 요리를 앞에 둔 중국집 룸 테이블에 앉아 우린 진탕 술을 마셨었다. 마치 다음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그래도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했던 그 술 덕분에, 우리끼린 그때 그 상황에 대해 좀 더 솔직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무엇보다 나는, 같이 일하면서 나의 방식을 잔뜩 심어버린 그 후배 직원들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조직 내에선 매번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었기에. 뭔가를 디테일하게 따져보고 이리저리 재보는 나의 업무 스타일이 몸에 밴 직원들은 분명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터였다. 더욱이 연말까지 그들과 함께 업무 마무리를 할 수 없었던 것 또한 미안함이 컸는데, 그때가 또 나름 중요한 사업계획의 마무리 시즌이라 연말이 다가올수록 그 미안했던 감정은 점점 더 커졌던 것 같다. 게다가 나 또한 당장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도 없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다 지쳐있었기에. 하지만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그날 밤엔 어떤 이유였는지, 내 앞날에 대한 막막함 때문이었는지, 같이 일하던 직원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는지, 혹은 지난날에 대한 후회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왠지 모를 억울함 때문이었는지, 나는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잔뜩 부은 눈을 치켜뜨고 같이 일하던 분과의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썼다. 그래도 분과장이라는 중간관리자 타이틀을 갖고 있던 나로 인해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일으켜서 괜스레 미안하다는 내용으로 메일을 써나갔는데, 어쩐 일인지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평소와 다르게 그깟 이메일 하나 쓰는데 시간이 한참이나 걸렸다. 물론, 내가 당장 다른 부서로 전출되어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연말까지는 그들을 지원해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중간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게 되었기에 그들에게 업무적인 팁(Tip)을 줄 수도 없었고, 사소한 것이라도 어떤 조언조차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맡았던 분과가 없어지면서 부서 내의 다른 2개 분과로 흡수 합병되는 그 굴욕적인 변화는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추위를 거의 타지 않는 체질인데 그 해 12월은 나에게 너무 추웠다.
그리고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얘길 듣고 나는 정말 기겁을 할 뻔했다. 내가 맡은 분과가 공중분해되어야 했던 사유에 대한 후문(後聞). 그건 다름이 아니라 부서장도 아닌, 부문장(부서장의 직속상관)이 우리 분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급기야는 직원들 인사고과(人事考課)에 대해 협박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니까 조직의 부문장이 부서장에게 대놓고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야, 걔(이건 나를 지칭하는 거겠지.)가 그 자리에 계속 있고 싶다면 알겠어, 그냥 시켜줄게. 그리고 그 분과? 그냥 유지하게 해 줄게. 그런데! 그럼 걔 밑에 있는 직원들 고과는 잘 안 나갈 거다."라고. 결국 직원들의 인사고과를 볼모로 나를 내려오게 한 건데.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말을 그렇게 하는 게 과연 적절했을까? 보직에서 내려오는 것에 대해 나는 윗사람 어느 누구로부터도 어떠한 사유조차 듣지 못했다. 그래서 솔직히 많이 억울했지만, 만약 그래도 어떤 분명한 사유가 있었다면 나는 순수히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거다. 내 기준으론 우리 분과가 많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지만, 위에서 그게 아니라고 하면 뭐 어쩔 수 없는 거였으니까. 게다가, 이 분과장이라는 자리도 내가 원해서 맡은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불과 1년 전에 새로 온 부서장이 신신당부를 하면서 나에게 맡아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조건부로 맡은 자리였으니까. 하지만 그때 내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도 현실화된 건 없었다. 내가 내걸었던 조건 중 대표적이었던 게 다름 아닌, 분과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해 줄 과장급 간부사원을 달라 했던 거였는데, 아마 그건 애초부터 해줄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았다. 내가 속한 분과엔 前 부서장님 같은 간부사원이 한 분 계시긴 했지만 그분은 실무를 너무 오래 건너뛴 분이라 예외로 해야 하니 제외하고, 그 외에는 입사 9년 차 이상의 간부사원은 아무도 없었으니 분과장인 나를 빼면 조직이 너무 어린 직원들로만 구성되었던 터였다. 그러니까, 그 조직은 사실상 임시 분과였던 셈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의 짧았던 보직자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끝이 났다.
그럼, 그동안 내가 보직을 맡아서 좋았던 건 뭐였을까. 무엇보다 회의 석상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 말이 그전보다 더 잘 먹힌다는 것. 그리고, 인사를 안 하던 직원들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 뭐, 이 정도였을 건데.
그런 면에서, 보직에서 내려와서 좋지 않았던 건, 무엇보다 회의 석상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 말이 이제 더 이상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다가 내가 보직에 임명된 후부터 인사를 했던 직원들이 이제 다시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 직원들은 냉정했다. 몇몇 직원들에겐 어처구니없게도, 사람에 따라 인사를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보직에 따라 인사를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보직에서 내려온 그 해 12월에 나는 회사에 억지로 출근을 했고, 수행하던 일은 어떻게든 계속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걸 크게 티를 내지 않으려 했으나, 내 얼굴과 몸 전체에선 누가 봐도 완전히 티가 났을 거고 그러다 보니 나는 보이는 면에서도, 그리고 보이지 않는 면에서도 그렇게 연말을 슬프고 힘들게 보냈던 터였다. 그렇게 또 1년... 어떻게든 버텨야겠다고 버텨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선(線)은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더 이상 권한과 책임이 많지 않은 그저 그런 실무자였으므로.
그리고 또 한 가지 슬픈 사실. 보직에서 내려온다는 말을 들었던 그 직전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대문에 가서 값비싼 야구 글러브와 배트 등의 야구 장비를 사줬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기왕이면 내 것도 하나 구입하자고 충동적으로 맘을 먹고 세일을 해도 40만 원이나 하는 값비싼 미제(美製) 윌슨(Wilson) 외야 글러브를 하나 질렀는데, 나는 그 이후로 아이들과 그 흔한 캐치볼조차 한 적이 없다는 것. 그 시점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너무 커버려서 이젠 아빠가 아닌, 자기들의 친구들과 같이 캐치볼을 하니... 그래서 그 해가 아이들과 공을 던지고 받을 가장 마지막 기회였는데, 나는 그 빌어먹을 보직자 역할에 충실하느라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그 소중한 기회를 날려먹었다. 아... 그래서 더더욱 슬퍼지는 현실.
여기까지 쓰고 글을 예약 발행하려 했는데,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와 내가 처한 현실에 비슷한 면이 있어, 몇 장면을 가져와 보았다.
먼저, 통폐합된 팀의 미묘한 분위기와 그 안에서 재배열되는 서열 관계. 드라마에서 영업 1팀과 영업 2팀은 물리적인 결합으로 통합영업팀이라는 한 개 팀이 되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건 결코 One Team이라고는 볼 수 없는 관계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쪽의 팀장이 좌천되면서 팀이 공중분해되어 합병된 형태이기 때문에 좌천된 팀에 속했던 팀원들은 마치 셋방살이를 하는 세입자처럼 기존에 있던 직원들과 아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이 회식을 갔는데, 영업 2팀의 막내는 술이 셀프인 식당에서 술병을 가져오려 일어나지도 않는다. 병따개조차도 가져올 생각을 않고. 나도 보직에서 내려온 뒤 그런 취급을 당했던 터라, 그리고 나와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 그런 취급을 당하는 것도 봐왔던 터라 그 장면은 너무나도 슬펐다. 내가 있던 분과가 없어지면서 다른 분과로 떠밀려 들어가게 됐을 때, 입사 기준으론 내가 선배였지만 그 분과에 있던 실세 후배직원으로부터 이런저런 지시를 받았던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그때의 그 불편함과 먹먹함이 떠올라, 나는 드라마에서 나온 그 장면을 보며 한숨을 두어 번 정도 쉰 것 같다.
다음으로, 조직에서 좋은 리더란 무엇인지에 대한 단상(斷想). 드라마 속에서 김낙수 부장을 향해 "넌 좋은 팀원이었지만, 결국 좋은 리더는 되지 못한 것 같다."라고 내뱉었던 백정태 상무에게서 내가 속한 조직 속 리더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겹쳐졌다. 백 상무가 진정한 리더라면, 김 부장의 미진한 부분, 즉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든 고치게 하여 김 부장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멱살이라도 잡고 끌고 갔어야 했다. 물론, 그런 건 도 부장이라는 다른 대체자가 나타났기에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건지, 아니면 김 부장의 모습에서 개선의 필요를 느꼈지만 그냥 침묵했던 건지는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백 상무가 그렇게 이용만 해 먹던 후배 직원을 버린 건 이 냉정한 사회와 조직에선 필요악(必要惡) 일 수는 있으나, 여전히 그가 좋은 리더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큰 의문만 남긴다. 나 또한 중간관리자라는 분과장 직책을 딱 11개월 하고 내려왔는데, 그동안 초보 관리자로서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또 어떤 부분이 잘 되고 있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만약 내게 무슨 문제가 있었다면 지속적인 가이드와 코칭을 통해 개선을 하게끔 했으면 됐는데, 나에게 리더십과 관련한 어떠한 말조차 해주지 않은 채 1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기회만을 주고 아무 말 없이 바로 내 목을 치는 게 과연 제대로 된 리더십에 의한 조치였는지 나는 심히 의심이 간다.
끝으로 이 글의 배경음악은, 2005년에 발매되어 2006년 4월부터 빌보드 차트를 강타했던 Daniel Powter(대니얼 파우터)의 명곡, "Bad Day"로 해야 할 것 같다. 이 노래는 당시 힙합 스타일의 흑인 음악이 영미권 차트를 점령하다시피 했던 시절인 2000년대 중반에 Soft Rock 스타일의 Pop 장르로는 유일하게 차트 최상위권에 들어간 곡이었는데, 그때부터 회사에서 뭔가 힘든 날이면 나는 꼭 이 노래를 듣곤 했다. 나는 내가 보직에서 내려온 그해 12월 6일부터 약 보름 동안은 충격 탓에 아무런 음악도 듣지 않았지만, 연말까지 어떻게든 스스로를 다잡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 그해 연말까지, 그리고 그 이듬해 연초까지도 이 노래를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나도 내가 힘들지 않다고 거짓말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리고 노래에서 나오는 가사처럼 일할 땐 웃으며 일하고 쉴 땐 맘 편히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나도, 그날은 그저 운이 좋지 않았던, 그냥 나쁜 날(Bad Day)이었다고 말하며 스스로 훌훌 털고 일어나고 싶었다.
You say you don't know
You tell me don't lie
You work at a smile and you go for a ride
You had a bad day
The camera don't lie
You're coming back down
and you really don't mind
You had a bad day
Daniel Powter - Bad Day (2005) - YouTube
때는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24년 12월 6일 금요일 오후 3시.
배경음악은 Daniel Powter의 "Bad Day".
그날 이후 나에겐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나에겐, 그 겨울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조직 내에서 나의 계절은, 언제나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