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오로라 이야기 - 두 번째
오로라는 주로 남극이나 북극 지역의 높은 대기(고층대기: 90~500 km)에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발광현상이다. 우주에서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극지 고층대기로 들어오는 전자나 양성자들이 대기 중 산소 원자나 질소 분자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빛이 바로 오로라다. 그런데 오로라는 왜 극지에서만 볼 수 있을까? 두 가지 이유를 얘기해 볼 수 있다.
막대자석과 지구 자기장
첫 번째 이유는 지구는 자기장을 가진 거대한 자석이고, 이 자기장의 구조적 특징과 관련이 있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막대자석의 자기장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강력한 막대자석이 지구의 자전축을 따라 놓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는 약 11.5도 기울어져 있다.) 막대자석에서 나오는 자기장의 자기력선이 N극에서 나와서 S극으로 들어가는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을 기억한다면, 극지역에서 지구 자기장의 자기력선은 남극에서 나와서 북극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즉, 지구 자기장의 자기력선이 적도에서는 지표면에서 수평한 방향이고 극지에서는 지상에서 외부 우주로 열려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자기장과 하전 전하(charged particle)
첫째 전하를 띤 입자인 전자나 양성자는 자기장의 자기력선을 따라서만 이동하려는 성질을 가졌고, 자기력선과 수직인 방향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마치 철사에 꿰어져 있는 구슬이 철사를 따라서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전자나 양성자도 자기력선을 따라서만 움직일 수 있다.
오로라 입자는 극지로 모여든다
지구 자기장과 전하를 띤 입자의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우주에서 지구 대기로 들어오는 입자들은 주로 극지에서만 지구 대기로 들어올 수 있고, 지구 자기장의 자기력선이 닫혀있는 적도와 중위도 지역에서는 입자들이 자기력선을 관통해서 지구 대기로 들어올 수 없다. 물론 아주 빠른 속도로 지구 대기로 들어오는 우주 입자들은 자기력을 관통해서 지구 대기로 들어올 수 있다. 이와 같은 우주 입자들을 우주선(Cosmic ray)라고 하는데,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지구 대기로 들어온다. 그러나 오로라를 일으키는 입자들은 대부분 우주선보다 훨씬 작은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구 자기장의 자기력선을 관통할 수 없고, 자기력선이 우주에서 지표면까지 수직으로 뻗어있는 극지에서만 지구 대기로 들어올 수 있다.
원자에서 나오는 '빛'
그러면 극지 대기로 들어오는 오로라 입자들이 대기 중 산소 원자나 질소 분자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오로라 '빛'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빛이 생기는 물리적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면 원자나 분자의 에너지 상태를 먼저 설명해야 하는데, 이것은 조금 미뤄두고 지금은 아주 간단하게만 얘기해 보도록 하자. 오로라 입자, 주로 전자가 산소원자와 충돌하면 산소 원자 내에 있는 전자들이 에너지를 얻으면서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이때 산소 원자는 전자들이 얻은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내보내면서 다시 안정한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 질소 분자도 약간 다른 물리적 기작이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빛을 내보낸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산소 원자와 질소 분자가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는 에너지의 크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내는 '빛'의 에너지, 즉 색깔이 달라진다.
오로라 색깔의 비밀
빛의 '에너지'가 다르다는 말은 빛의 '색깔'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각각의 원자나 분자마다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며, 오로라 색깔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산소 원자에서 나올 수 있는 색깔은 주로 초록색과 빨간색이고, 질소 분자에서 나올 수 있는 색깔은 파란색, 보라색, 진홍색 등이다. 그러나 오로라를 맨눈으로 직접 본 사람들은 좀 실망할지도 모른다. 북극 지역에 직접 가서 실제로 오로라를 보게 되면 대부분 초록색 오로라만 보일 테니까! 물론 운이 좋은 사람들은 자기 폭풍이나 오로라 폭풍을 만나서 빨간색이나 보라색 오로라를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맨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오로라는 초록색이다.
육안으로 보이는 오로라의 색깔
왜 오로라는 주로 초록색으로만 보일까? 우선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색깔은 빨간색에서 보라색까지인데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중간쯤에 있는 초록색에 가장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다. 빨간색 오로라도 초록색 오로라만큼이나 흔히 발생하지만, 초록색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지상에서 오로라를 보고 있는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은 초록색에 비해서 훨씬 작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더구나 초록색과 빨간색 오로라 빛을 내는 산소 원자의 밀도는 고도가 올라갈수록 감소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눈에 보이는 오로라가 주로 초록색인 두 번째 이유다. 질소 분자의 파란색이나 보라색 오로라는 산소 원자의 초록색이나 빨간색 오로라에 비해서 더 낮은 고도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오로라 입자의 에너지가 아주 큰 경우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는 색깔은 아니다.
우리 눈과 오로라 색깔
이쯤에서 오로라를 실제로 직접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좀 의아해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오로라를 맨눈으로 보게 되면 실제로는 대부분 뿌연 안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주로 초록색이라고 했는데, 정말 초록색인지조차 확실치 않은 경우가 많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오로라일까? 아니면 그냥 안개일까? 이것은 우리 눈의 특성과 관련되어 있는데, 우리 눈의 망막에는 빛이 강할 때 색깔에 민감한 원추세포와 빛이 약할 때 사물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 간상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빛이 약한 야간에는 주로 간상세포가 우리 시력을 담당하기 때문에 오로라의 색깔이 거의 흑백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카메라로 촬영된 오로라 이미지에서는 선명한 초록색이 드러나 보인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명한 초록색 오로라를 직접 경험할 수 없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오로라 폭풍이나 지자기 폭풍이 있을 때처럼 오로라의 세기가 강할 때나, 또는 어스름한 저녁이나 새벽에는 선명한 초록색 오로라를 볼 수 있다.
화이트 & 블랙 오로라?
오로라 관련 언론기사나 블로그 등을 보다 보면 여기에서 언급한 색깔 외에 다른 색깔의 오로라들도 종종 나타난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노란색이나 핑크색 또는 심지어 화이트나 블랙 오로라가 있다고 하다. 노란색이나 핑크색은 대부분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 등이 섞여서 나타나는 경우지만, 실제로 화이트나 블랙 오로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선 블랙 오로라는 밝은 오로라 빛 가운데 상대적으로 어두운 부분을 가리키는 용어이며, 실제로 '블랙' 오로라는 없다. 빛의 색깔에서 '화이트'는 모든 파장대의 (모든 색깔의) 빛이 동시에 있어야만 보일 수 있는 '색깔'이다. (무지개 색깔이 모두 있는 햇빛을 생각해 보자.) 당연히 모든 파장대의 가시광이 동시에 나타나는 오로라는 없다. 다만 어떤 색깔이든 그 강도가 매우 강하면 우리 눈이나 카메라의 센서가 포화되어 하얗게 보일 수는 있다.
다음 글에서는 오로라의 종류와 형태에 관해 얘기해 볼 예정이다.